[기획]대기전력 `제로시대`를 연다

9·15 정전사태가 발생한 지 2년여가 흘렀지만 매년 동·하계 피크가 다가오면 전력대란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전력을 확충하고자 추가 추진 중인 발전소 건설에 차질이 생겼고 원전까지 잦은 고장으로 멈추면서 제2의 전력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에너지 절약 관심이 사회 안팎으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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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전문가들은 우리 가정에서 사소하게 새나가는 대기전력만 줄여도 에너지 소비량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웨스콘전자(대표 김창호)는 전기·전자제품이 전원 Off 이후 제품 플러그가 콘센트에 연결되어 있을 때 낭비되는 대기전력을 완전 차단하는 `E-Tap` `E-Plant` `E-Catcher` 등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사용하지 않는 제품이 콘센트에 꽂혀 있을 때 전력을 스스로 차단하거나 가전제품의 스위칭부에 모듈을 내장해 전자제품의 전원을 껐을 때 기기 자체의 전력을 차단하는 기술이다.

◇메인 제품을 끄면 새는 전력 `0`

국가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대기전력을 제로화할 수 있는 방법은 플러그를 뽑거나 멀티탭 메인 스위치를 끄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은 소비자가 일일이 실행하기 어렵다는 불편함이 있다.

김창호 사장은 “지난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민발전소 캠페인으로 상당한 에너지절감 효과를 이끌어 냈지만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며 “향후 대기전력 차단 방법은 자동차단 멀티탭을 사용하거나 가전제품 스위칭부에 자동차단 기술을 내장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웨스콘전자의 E-Tap 기술은 대기전력 자동차단 멀티탭 기술로 전자제품 메인스위치를 끄면 멀티탭에 연결돼 있는 주변기기 대기전력을 100% 차단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멀티탭에 데스크톱PC와 프린터, 스피커, 모뎀 등이 연결되어 있을 때 PC본체 전원을 끄면 주변제품의 전력이 모두 차단된다. PC가 대기모드에 들어갈 때는 주변기기 전원 역시 완전 차단된다. E-Tap은 홈시어터, 셋톱박스, 모뎀을 주변기기로 하는 가정 내 홈TV에도 적용 가능하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되는 대기전력 자동차단 멀티탭은 대부분 메인기기 종료 후 주변기기 대기전력은 자동 차단되지만 메인기기 및 멀티탭 자체 전력은 그대로 존재한다.

지난해 6월 E-Tap을 컴퓨터와 TV에 적용한 한 가정의 전기요금을 살펴본 결과 2011년 6월과 비교해 490㎾h 전력을 절감했으며 금액으로는 28만원가량 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웨스콘전자는 E-Tap을 사용하면 가정에서 월평균 35㎾(연간 420㎾) 전기 절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 보급된 컴퓨터를 3000만대(가정 2000만대, 사업장 1000만대)로 추정했을 때 1조7000억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가전기기에 내장 `원천 차단`

E-Plant와 E-Catcher는 향후 출시되는 가전기기에 내장해 대기전력을 자동으로 차단하는 기술이다.

E-Plant는 전자제품에 모듈을 내장해 제품의 전원 스위치만 끄면 자동으로 제품의 대기전력을 100% 차단하는 녹색기술이다.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가전제품은 기기를 Off했을 때 대기전력이 그대로 공급되지만 E-Plant 모듈을 스위칭부에 탑재하면 기기를 Off했을 때 전원부 전력이 모두 차단된다. E-Plant 모듈은 제어부 전자회로와 구동부 스위치 형태의 기계적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24시간 전원 플러그가 꽂혀 있는 전자레인지에 E-Plant 모듈을 탑재했을 때 제품 사용이 끝나면 기기 자체에서 대기전력을 자동을 차단하는 형식이다.

이승호 웨스콘전자 기술이사는 “E-Plant 모듈을 탑재한 전자레인지 사용 전후를 측정한 결과 기기 Off 이후 0.89W 대기전력값이 존재했으나 E-Plant가 장착된 전자레인지는 대기전력값이 제로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전력 하마로 일컫어지는 셋톱박스 스위칭부에 E-Plant를 장착하고 센서부에 E-Catcher를 장착한 결과 사용하지 않는 셋톱박스 대기전력값 역시 `제로`로 표시됐다”고 말했다.

현재 가정에서 상용하는 셋톱박스는 기기 Off 이후 대기전력이 10W 이상 소모하고 있어 가정 내 전력 낭비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셋톱박스의 대기전력을 1W 이하로 줄이는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E-Catcher는 24시간 전원을 공급하는 전자제품 컨트롤 부문에 내장시켜 소비전력을 차단하는 녹색기술이다. E-Catcher를 적용하면 냉장고의 설정온도 값과 내부 온도가 일치할 때 전류를 차단했다가 온도가 달라지면 다시 전류를 공급하는 원리다.

냉장고 전류가 차단된 상태에서 E-Catcher 자체에 내장된 슈퍼캐패시터에서 센서부 전원을 공급하고 슈퍼캡의 방전 전에 전원을 자동으로 연결, 스스로 충전하고 다시 전원을 차단한다.

◇인터뷰-김창호 웨스콘전자 사장

“세계적으로 낭비되는 대기전력 비용은 연간 20조원 이상입니다. 전자제품이 늘어나는 2015년에는 32조원, 2025년에는 40조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창호 웨스콘전자 사장은 우리나라에서 낭비되는 대기전력은 매년 5000억원이라며 새는 전력만 차단해도 전력수급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대기전력은 아무 의미 없이 버려지는 것으로 이것만 줄여도 에너지 절약 및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여 환경오염에 대응할 수 있다”며 “대기전력을 줄이고자 세계 각국은 전자제품 대기전력을 1W 이하로 규제하고 이를 점차 낮추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18개 품목의 대기전력을 1W 이하로 규제하고 있으며 현재는 28개 품목으로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전자제품 기업은 정부 규제에 적극 대응하려 절전회로를 제품에 추가하고 있으며 이를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 사장은 해외 전자업계가 대기전력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내장형 모듈을 탑재하는 만큼 우리도 이에 대응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도시바는 절전형 `에코칩`을 적용한 LCD TV를, 미국 TI는 대기전력 소모를 절감(300mW)하는 고효율 전원관리 컨트롤칩(UCC28700) 등을 개발했다”며 “IT 강국인 우리나라도 내장형 대기전력 모듈을 탑재한 전자제품을 서둘러 양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무효전력을 줄이는 데 역률 개선 없이 대기전력 저감은 에너지절감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정부는 대기전력을 1W로 규제만 하고 있을 뿐 총 전력량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역률은 규제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전자제품 가운데 역률이 0.3% 이하로 검출되는 제품이 많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웨스콘전자는 대기전력 관련 특허를 수백건 이상 확보하고 있다”며 “이미 확보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내 기업과의 기술이전 및 협력으로 대기전력 차단 제품 확대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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