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로봇과학자 최초 혁신장 수상 박종오 전남대로봇연구소장

“국내 의료로봇 시장은 미국 등 선진국과 10년 이상 기술격차가 납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ICT와 특화 의료기술을 접목한다면 수십조 규모의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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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로봇과학자 최초로 대한민국 과학기술훈장 혁신장을 수상한 박종오 전남대 로봇연구소장은 대한민국 의료로봇 기술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30년 가까이 로봇 한 우물을 파온 박 소장은 미세 의료용 마이크로로봇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찾고 있다.

가전로봇이 대당 10만~20만원 수준이라면 의료용 마이크로로봇은 10억~20억원이 훌쩍 넘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의료와 로봇의 만남을 통해 추격자가 아닌 선도형 미래산업을 이끌 수 있다. 의료로봇이 창조경제의 또 다른 표현으로 불리는 이유다.

의료로봇 연구는 글로벌 기술경쟁력과 시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만, 1~2년새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오기 힘들고 연구과제도 매우 어려워 모두가 꺼리는 분야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압박감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전남대에 부임한 박 소장은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마이크로의료로봇 연구에 나섰다. 당시 선진국도 개발이 어렵다고 손을 놓고 있던 시기에 지방대 교수가 연구에 매달린다고 하니 모두가 반신반의했다. 격려보다는 부정적인 시각과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오기가 발동한 박 소장은 “상대적으로 따내기 수월한 지역과제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며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지만 `세계와 경쟁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했다”고 회고했다.

박 소장이 의료용 혈관로봇 개발을 위해 잡은 돼지만도 100마리가 넘는다. 로봇연구에만 매달리다 보니 주위 사람들은 `로봇`이라고 별명도 지어줬다. 박 소장은 2010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돼지 혈관 내 삽입한 혈관로봇이 시험테스트에 성공했다. 선진국에 비해 무려 10년 이상 앞선 기술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대한민국의 의료로봇 수준도 글로벌 톱 수준으로 올라갔다.

박 소장은 “현재 이 기술은 자유로운 이동은 물론이고 혈관 내 쌓여있는 혈전까지 뚫어주는 치료기능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응용기술로 개발된 능동형 캡슐내시경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수동형 캡슐내시경 시장 방어와 국산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19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간단한 동력장치만 있어도 로봇이라고 불릴 정도로 초보적인 수준의 로봇연구가 진행됐지만 지금은 기술력과 위상이 확실히 달라졌다”며 “세계 시장을 선도하려면 국방·의료 분야 마이크로나노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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