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공장표 ‘감성 스포츠카’ 나올까

영화 <모던타임스>에서 너트를 쉴 새 없이 조이던 찰리 채플린의 모습을 기억하는가. 무의식적으로 쉼 없이 조이는 그의 모습 뒤에는 산업화가 인간을 기계처럼 만들어버린 19세기 후반 희비극이 담겨 있다.

이런 시각의 연장선에서 본다면 포드 관리 이론처럼 작업 효율성을 기반으로 돌아가는 공장의 모습은 여간 해선 변하지 않을 것만 같다. 자동화가 더 발전해 인간 대신 로봇이 일을 할 날만 기다릴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고정관념을 확 뒤집은 꿈의 공장이 있다. 이탈리아 마라넬로 시에 위치한 페라리 공장이다. 1957년산 페라리테스타로사(Testa Rossa)가 180억 원에 낙찰된 것에서 알 수 있듯 세계 최고 스포츠카의 명성에 걸맞은 얘기다.

“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에서 차 만들겠다”= 페라리 공장에 들어서면 공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자연을 닮은 쾌적한 모습에 놀란다. 공장에는 1,000여 종이 넘는 꽃과 나무를 심은 실내 정원이 있다. 페라리의 명품 스포츠카 탄생이 이 자연의 섭리와 함께 한단다. 무슨 소리인지 쉽게 납득이 안 간다면 페라리의 스테파노 라이 이사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실내 오염에 적응하지만 식물은 적응 못하고 죽습니다. 식물이 죽으면 결국 살아 있는 사람에게도 언젠가 치명적 위험을 줄 수 있죠. 식물이 살 수 있는 그런 공장 환경에서 페라리는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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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는 기계로 점철된 공장 이미지를 첨단 기술이 아닌 인간 감성으로 채워놨다. 페라리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뭘까. 사실 페라리의 철학과 생산 공정을 들여다본다면 공장을 정원 형태로 만든 페라리의 실험은 그리 낯설지 않다.

페라리가 오랫동안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70년 전 엔초 페라리(Enzo Anselmo Ferrari)가 만든 자동차가 지닌 꿈에 대한 철학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꿈을 실현하는 자동차를 현실화하려면 효율성만 추구하는 경영관리 시스템을 그대로 따를 수 없었다. 그래서 2007년 공장 내 모든 건물에 실내 정원을 갖추고 ‘사람 중심 공장’으로 변모시켰다.

공장 환경 변화와 함께 공장 소음도 줄었다. 조립파트마다 달린 전광판을 통해 현재 시각과 온도, 소음도가 시시각각 표시한다. 소음은 보통 50dB을 넘지 않는다. 이 정도 소음이면 공장이 아니라 사무실 수준이다. 공장 내 소음을 73dB 이하로 규제한 페라리의 정책 덕이다.

페라리는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 중 유일하게 엔진에서 도장까지 모든 생산 공정을 한 공장에서 처리한다. 전량 사전 주문 방식이며 연간 생산 대수는 6,500여 대다.

이런 환경에서 맞춤형으로 만든 자동차는 인간의 감성과 꿈이 깃들어진 명품 스포츠카라는 브랜드 컨셉트로 정립된다. 덕분에 오직 최고만 추구하는 페라리의 독특한 경영관리 시스템이 친환경적 공장, 꿈을 실현하는 공장으로 표현되어 전 세계인의 식지 않는 사랑을 받고 있다.

[Trend Insight] 글로벌 명품 만들려면= 30∼40년 전 한국을 먹여 살린 봉제공장은 밤새 켜진 백열등 전구 아래서 허리를 구부린 채 일을 하는 여공으로 돌아갔다. 산업화시대다. 오늘날에는 제품 스토리가 기능보다 더 값어치를 하는 시대다. 기업은 명품을 명품답게 만드는 뒷얘기를 쏟아낸다. 정보지식문명 시대에 맞는 감성화 추세다. 페라리는 이런 시대 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페라리가 설립한 감성 공장은 명품 스포츠카는 최고급 시스템과 설비에 대한 투자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경탄할만한 스토리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경영철학에서 공장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가 없다면 글로벌 명품을 만들기 어렵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국산 제품이 명품으로 거듭나려면 필요한 게 무엇인지 페라리의 전략을 통해 되새겨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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