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업계 거인들이 나빠진 실적에도 연구개발(R&D) 비용은 아낌없이 늘렸다. 당장은 힘들어도 긴 안목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투자로 풀이된다.
애플은 올해 1분기 10년 만에 처음 순이익이 줄어들었지만 R&D 비용은 11억9000만달러(1조3077억원)로 작년 동기 8억4000만달러보다 무려 41%나 증가했다. 하루에 R&D 용도로 1300만달러(약 142억6600만원)를 쓰는 셈이다. 애플은 1분기 실적발표에서 “R&D 인력과 연구 활동이 동시에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외신은 애플의 올해 R&D 지출이 지난해보다 10억달러가량 불어난다고 내다봤다. 애플인사이더는 “애플의 올해 R&D 투자가 최소 4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는 34억달러였다.
외신은 애플의 늘어난 R&D 투자가 TV와 스마트워치처럼 새 제품에 쓰이는 데 주목했다. 팀 쿡 애플 CEO는 1분기 실적발표에서 “놀랄 만한 더 많은 일을 진행 중”이라며 “2014년 가을까지 완전히 새로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형은 성장했지만 이익률이 줄어든 퀄컴도 R&D에 더 힘을 실었다. 1분기 18억8000만달러(2조659억원)를 R&D 포함, 관리비에 썼다. 지난해보다 21% 늘었다. 퀄컴 1분기 영업이익률은 17%에 그쳐 지난해 1분기 26%보다 꽤 낮아졌지만 R&D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퀄컴은 최근 아일랜드 코크에 연구소를 세우고 하드웨어·정보보안·데이터베이스(DB) 등 다양한 영역의 R&D를 시작했다. 이곳에만 100명의 인력을 추가로 고용한다. 사물지능통신(M2M)을 비롯한 차세대 모바일 기술과 고급 스마트폰 위주에서 저가 모바일 기기로 저변을 넓히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착수한다.
마이크로소프트도 R&D에 올해 101억달러(11조988억원)를 쓴다. PC 시장 침체와 윈도8 부진으로 부침을 겪는 와중에도 지난해보다 6%가량 늘렸다. 소셜, 모바일 비즈니스, 빅데이터, 터치 인터페이스 등 다섯 가지 신기술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애플의 R&D 비용 증가 추이(단위:백만달러)
자료:외신 종합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