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너제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명이다.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곳으로 국내 언론이 가장 자주 쓰는 지명 중 하나다. 지난 2년간 삼성전자와 애플이 이곳 법원에서 특허소송을 벌이면서 새너제이는 더 자주 뉴스에 등장했다.
얼마 전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 `새너제이` 표기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새너제이라고 기사를 쓰면서 불만이 많았는데 속이 확 뚫리는 소리였다. 국내서 새너제이라고 쓰는 San Jose는 본래 멕시코 땅이었다가 미국령이 됐다. 때문에 대부분 지명이 스페인어다. San Jose는 스페인어로 `산호세`, 영어는 `샌호제` 발음에 가깝다. 그런데 우리는 새너제이라 쓴다.
현지인에게 새너제이가 어딘지 물으면 대부분 난생 처음 들어보는 지명이라고 답한다. 국내 독자도 왜 San Jose를 새너제이로 쓰는지 가끔 문의한다.
새너제이 표기 문제를 제기한 블로거는 다른 지명과의 일관성을 지목했다. 외래어 표기 원칙 중 하나는 여러 단어로 된 복합어를 표기할 때 각 단어별로 구분한다. Los Angeles는 로스앤젤레스로, San Antonio는 샌안토니오로 쓴다. San Jose는 이 원칙을 벗어난다. `샌`을 독립적으로 읽지 않고 연음으로 표기해 `새너`가 됐다. 또 다른 원칙은 현지에서 발음하는 데로 표기한다.
미국에는 없고 한국에만 있는 새너제이. 국립국어원이 외래어표기법으로 정한 것이니까 무조건 지켜야만 할까. 정보 전달 효과보다 혼동을 주는 지명 표시를 계속해야 하는 것인가. 말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한다. 말이 바뀔 때마다 표기법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
지명은 웬만해선 변하지 않는다. 누구나 듣고 직관적으로 어디 있는지 알아야한다. 표기를 바꾸는 일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든다. 자장면과 짜장면이 모두 표준어가 된 것처럼 새너제이도 많은 사람이 쉽게 알 수 있는 표기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최소한 다른 지명처럼 원칙에 맞춘 표기로 바꿔야 한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