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1.8㎓ 대역 `격전지`…주파수 스와핑· 대역 이동 등 대안 놓고 설전

주파수 할당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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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의 길을 찾아라.`

미래창조과학부가 기존 롱텀에벌루션(LTE) 주파수 추가 할당 방안의 수정을 고민하는 것은 기존 방안에 대한 사업자 의견 대립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통신업계는 이번 할당이 이뤄지면 현재 보다 두 배 빠른(150Mbps) LTE-어드밴스트(A)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광대역화를 추진하겠다는 포석이다. 주파수 할당 결과에 따라 보다 많은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는 광대역화 경쟁의 승부가 갈린다. 정부가 내놓은 3가지 할당 방안을 놓고 `공정경쟁`과 `자원 효율화`를 내세워 치열한 논리 대결을 펼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래부가 기존 3가지 안의 수정을 추진하면서 통신사는 각자 셈법에 따라 새로운 대안까지 내놓고 `소리없는 전쟁`을 펼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용자 편익`과 `국익`을 주파수 할당의 첫 번째 원칙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쟁점이 되고 있는 `공정경쟁`과 `주파수 자원 효율적 이용`뿐만 아니라 `산업발전`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대안도 이 같은 원칙에 가장 부합한 방향으로 결정될 공산이 크다.

◇1.8㎓ 대역 할당안 최대 이슈

현재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할당안은 1.8㎓에서 KT가 사용 중인 대역 바로 옆의 주파수를 신규로 할당하는 방안이다. KT가 이 주파수를 확보하면 빠른 시간에 손쉽게 현재 속도보다 두 배 빠른 광대역화를 추진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KT가 1.8㎓ 대역을 추가로 받으면 최소한의 투자로 단기간에 전국 광대역화가 가능해 심각한 경쟁 불균형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이 경우 KT가 가지는 경제적 초과수익이 7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KT는 이에 대해 인접 대역을 받더라도 단기간에 전국망을 구축하기 힘들어 결과적으로 모든 통신사가 비슷한 수준에서 LTE-A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무엇보다 주파수 파편화를 막아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파수 스와핑` 새 제안도 등장

대립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통신사가 직접 보완책 제시에도 나섰다.

SK텔레콤은 최근 주파수 교환을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의했다. 2016년 점유가 만료되는 자사 3G용 2.1㎓ 대역 일부를 LG유플러스에게 주고 LG유플러스의 2G 대역인 1.8㎓를 받는 방안이다.

SKT 안에 따르면 우선 올해 할당에서는 쟁점이 된 KT 1.8㎓ 주파수 인접 대역 할당을 보류하고, LG유플러스가 KT 주파수 인접 대역이 아닌 또 다른 1.8㎓ 대역을, SKT와 KT는 각각 2.6㎓을 받아 광대역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2016년 현재 3G용으로 쓰는 2.1㎓ 대역 상·하 20㎒를 LG유플러스에 주고, LG유플러스의 2G 주파수인 1.8㎓ 대역을 받는다. 이때 KT 역시 1.8㎓ 인접대역을 추가로 받는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2016년 이후 KT는 1.8㎓과 2.6㎓에서 SKT는 1.8㎓과 2.6㎓에서 LG유플러스는 1.8㎓과 2.1㎓에서 각각 두개의 광대역 주파수를 보유하게 된다.

이 안이 성립되려면 SKT는 3G 가입자를 30% 이상 줄여야 하고 LG유플러스는 2G 서비스를 아예 종료해야 한다.

LG유플러스는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투자비용, 교환 시기 등을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며 “기존 안 보다 진일보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G 서비스 종료 시기 등은 SKT와 함께 고민하고 조율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T는 SKT안을 절대 받아 들일 수 없다는 방침이다. KT 고위 임원은 “SKT 제안은 KT가 1.8㎓을 가져가겠다는 것을 무조건 막겠다는 의미 밖에 없다”며 “새로운 논쟁거리를 만들어 할당을 지연시키겠다는 의도”라고 평가 절하했다.

◇KT, 1.8㎓ 주파수 대역 이동안으로 반격

KT는 경쟁사의 이같은 주장에 1.8㎓ 대역에서도 충분히 3사가 광대역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KT가 1.8㎓ 인접대역을 받고 SKT가 현재 쓰고 있는 1.8㎓을 KT 앞쪽으로 당기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LG유플러스는 2G 종료 후 SKT 주파수가 빠진 자리에서 1.8㎓ 광대역화를 추진 할 수 있다.

다만 이 안은 KT 인접대역 할당으로 인한 불공정 논란이 일 가능성이 높다. LG유플러스의 경우 2G를 종료해야 1.8㎓ 광대역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反) KT 진영은 이 때문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KT에 명백한 특혜”라며 “KT가 1.8㎓에서 인접대역을 받으면 큰 비용 없이 전국 광대역화가 가능해 투자활성화라는 원래 취지에도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통신사간 조율이 난항을 겪으며 정치권도 개입에 나섰다. 중장기 전략 없이 주파수 할당을 성급하게 진행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신경민 의원(국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은 “지난 정부시절에서 단기처방식의 주파수경매가 과다한 출혈경쟁을 야기했다”며 “성급한 주파수 할당은 주파수 효율성과 통신비 인상의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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