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전망대]박물관은 살아있다

올해 초 강남역사거리에서 걸 그룹 공연이 있었다. 차들로 북적이는 공간에서 어떻게 공연이 이루어 질 수 있을까?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디지털 기술, 문화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공연방식 도입이다. 실제 공연장에서 하는 공연이 아닌 `브이 콘서트(V-Concert)`라고 명명된 가상 콘서트다. 이 공연은 3D 홀로그램 영상으로 제작된 실제 같은 가상콘서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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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아닌 가상공간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를 마치 현실처럼 보여줬다. 실제 공연이 아니지만 많은 팬들이 현장에서 열광했다. 공연 후 실제 걸 그룹이 나와서 팬들은 더 열광했다. 반세기 전에 출간됐던 `반지의 제왕`은 할리우드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없었으면 영화로 다시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영상기술은 머릿속의 상상력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모든 것을 스크린 속에 담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제 세상은 상상하는 모든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 할 수 있는 시대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CG 기술로 빚어진 가상공간을 스크린 속에서 실제와 구분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뮤지컬 공연무대에 홀로그램과 3D 매핑 기법을 활용한 첨단 영상기법이 무대예술로 적용된 바 있다. 기존 무대예술 경계를 한 단계 넘어 입체적이고 감각적인 새로운 무대 기법으로 공연 문화를 바꾼 사례이다.

한 초등학생에게 박물관에 가면 무엇을 볼 수 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박물관에 가면 과거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박물관은 고고 유물이나 민속 유물이 전시되는 공간이다. 최근에 주제별 전시를 하는 곳이 다수 생겼지만 여전히 박물관을 떠올리면 옛 유물이나 민속 유물을 보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박물관은 한 시대, 한 문화의 정지된 시간을 담은 공간이다. 따라서 박물관은 한 시대의 문화와 전통을 관람객에게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기 위해 애쓴다. 흔히 요즘 세상을 디지털 시대라고 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록을 남기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디지털 시대에는 이에 걸맞은 방식으로 기록을 한다.

그렇다면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 또한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다양한 형태로 기록물을 보여줘야 한다. 늘 그래왔듯이 한 시대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당대 최고의 기술과 최선의 방식을 선택한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사진, 동영상이 실제로 대중화 되고 일반인이 쉽게 매체를 다루게 된 것도 최근 10년간 급속도로 발전한 디지털 기술 덕분이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이제 박물관 자료의 기록과 보존 그리고 이것을 활용한 전시기법이 필요하다. 이제 기술력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디지털시대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전시방식을 새롭게 만들고 매체와 기술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확보하고 활용하면 된다.

박물관은 과거 유물의 원형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해 관람객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것은 유형 유물에 한정된다. 그렇다면 근현대사의 다양한 기록, 특히 무형의 형태로 남아있는 기록과 디지털이라는 매체로 생산된 유물과 같은 엄청난 양의 자료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박물관은 눈으로 유물을 감상하고 손으로 직접 체험하는 단계에서 이제는 디지털 기법과 스마트기기 등을 통해 관람객과 직간접으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글쓰기 방식이 펜에서 키보드로 바뀐 것처럼 근현대 인물들에 대한 기록 생산과 보존에 대한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 본다. 이미 동영상 기록을 통한 근현대사의 기록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언급한 홀로그램과 3D 매핑을 활용해 근현대사 주요 인물을 복원하는 박물관의 전시콘텐츠를 전면적으로 새롭게 구현할 수 있는 때가 도래했다. 기술을 활용하면 관람객은 현대사 속의 주요 인물을 가상 음성인식기술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CG 기술을 활용해 그 당시의 거리 모습을 재현한다. 관람객은 그 공간에서 증강현실 기법으로 직, 간접적으로 생생한 역사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서 체험할 수 있다. 역사의 궤적을 밟을 수 있는 박물관의 전시기법이 필요하다.

박물관뿐만 아니라 공연문화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것은 정보기술과 문화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심재석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wired4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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