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문화로 읽다]입는 로봇, 악당만 물리치는 게 아니야

영웅(히어로)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표현해 주는 복장(수트)을 입는다. 그렇다고 그 수트가 특별히 히어로의 능력을 키워준 건 아니다. 히어로는 우연하게 얻거나 천부적으로 타고난 힘을 갖고 있다. 옷은 그저 주인공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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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억만장자 한 사람은 본인이 갖지 못한 힘을 옷을 통해 얻었다. 천재적인 머리를 타고나 세계 최대 무기업체 사장이 된 토니 스타크, 그는 첨단기술을 조합해 철갑 수트를 개발했다. 수트를 입으면 그는 초인이 된다. 아이언맨 이야기다.

토니 스타크는 악당들을 물리치기 위해 입는 로봇을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썼다. 하지만 우리 인류는 같은 기술을 신체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쓴다.

지난 2011년 일본 쓰쿠바대학 사이버다인은 HL(Hybrid Assistive Limb)라는 입는 로봇을 개발했다. 걸을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 이것을 입으면 등산까지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이미 생산을 시작했다.

미국 부품회사 파카하니핀이 반더밸더대학과 공동으로 연구개발(R&D) 역량을 쏟고 있는 `엑소 스켈레톤` 프로젝트는 로봇 다리를 만든다. 시제품 영상을 보면 하체를 쓰지 못하는 장애인도 걸어 다닌다. 내년 상용화가 목표다.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은 지난 2009년 헐크(HULC, Human Universal Load Carrier)라는 로봇 수트를 개발했다. 로봇을 입은 병사는 군장 90㎏을 매고도 시속 16㎞로 달릴 수 있다.

산업계에서도 입는 로봇은 화두다. 대우조선해양은 내년부터 입는 로봇을 작업장에 배치하기로 했다. 로봇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조악한 기구이지만 작업자가 입으면 30㎏ 이상 무거운 물체도 쉽게 들어 올릴 수 있다.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면 이 수트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어떤 방향으로 다리를 움직일지 근육에서 신호가 전달되면 로봇에 붙은 센서가 이를 감지한다.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에 미리 프로그래밍된 소프트웨어가 이 신호를 분석한다.

앉고 일어서고 걷는 데는 모터가 사용된다. 모터를 구동하기 위한 컨트롤러도 장착된다. 피부에 닿아도 거부 반응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옷과 유사한 소재도 개발해야 한다. 사람의 몸과 유사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금형·사출 기술도 적용된다.

그러면 입는 로봇은 어떻게 진화하게 될까. 우선 아이언맨처럼 매력적이고 사람과 유사한 복장으로 개발하는 게 당면 과제다. 그 다음은? 또 다른 히어로 영화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스파이더맨의 닥터 옥타비우스는 신체에 기계를 직접 이식해 인간 한계를 뛰어넘었다.

진화 방향이 어떻든 인류는 도구를 통해 신체의 힘과 속도를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나가리라는 건 분명하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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