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가 개별 기업에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할 수 있는 총액한도를 1000만원으로 제한하겠다고요? 세부 시행령 만들면서 범위를 좁히다보면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200만원도 채 안될 겁니다. 투자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산업을 진흥하겠다는 건지 규제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최근 크라우드펀딩 정책토론회에서 만난 한 스타트업 대표의 한숨 섞인 토로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이 없어 시제품 개발조차 못하고 있는 초기 기업들은 금융사 없이 온라인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크라우드펀딩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법(가칭)`이 진흥법이 아니라 규제법 성격을 띈다며 울상이다.
과연 규제를 해야할 만큼 관련 산업이 커졌을까. 최근 크라우드산업연구소는 올해 크라우드펀딩이 법제화되어 지분투자까지 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지면 8000억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현실은 `잿빛`이다. 국내 크라우드펀딩 산업규모는 업계 추산 800억원가량에 불과한데다 그마저도 500억원은 정치권에서 선거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받은 소액 후원펀드인 `박원순 펀드` `박근혜 펀드` 등으로 이뤄져있다. 산업이 아닌 정치적 용도로 쓰이고 있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제도를 둘러싼 부처 간 대립은 여전하다. 16일 금융위원회는 신동우 의원 주관으로 정책토론회를 연다. 지난달 11일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소속 전하진 의원이 열었던 `크라우드펀딩 도입과 지향점` 토론회와 같은 성격이지만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전 의원은 창업지원법에 크라우드펀딩을 담아야한다는 입장이고 신 의원은 자본시장법 안에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금융위는 개인별 총 투자한도와 기업별 총 자금모집 한도를 이중으로 둬 분산투자를 이끌고 투자자 투자한도와 기업체 자금모집 한도를 관리하자는 것이 골자다. 한 관계자는 “적절한 투자자보호 장치도 필요하지만 태동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만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며 “창업 기업 지원이라는 법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보호는 중요하다. 시장이 건강해야 투자자가 모이고 산업 활성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흥`보다 `규제`가 앞선다면 막 달궈지고 있는 크라우드펀딩 산업 불씨는 쉽사리 꺼질 수 있다. 시장 활성화를 관망하면서 단계적으로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경제과학벤처부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