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늘 상처만 남기는 것은 아니다. 영화 `러스트 앤 본`은 두 사람의 만남이 서로의 삶 속에서 구원과 희망의 빛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천천히 그린다.
늘 본능에 충실한 거친 삶을 살아온 삼류 복서 알리. 그는 5살 아들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누나 집을 찾고 클럽 경호원 일도 시작한다. 출근 첫날 알리는 싸움에 휘말린 스테파니를 돕게 되고 당당하고 매력적인 그녀에게 끌린다. 스테파니는 동물의 야생성을 조련하는 범고래 조련사다.

스테파니는 범고래 공연 중 사고로 두 다리를 잃는다.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한 스테파니는 깊은 절망의 끝에서 문득 알리를 떠올린다. 스테파니는 사고가 나기 전 술집에서 우연히 자신을 구해준 알리에게 연락을 한다. 신체의 한 부분을 잃고 육체적 사랑에 자신 없었던 스테파니는 알리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다. 서로는 서서히 사랑하게 된다.
야성적인 남자와 야성을 조련하는 여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조화롭게 이끌어내는 감독 자크 오디아르의 캐릭터 설정은 탁월하다는 평이다.
지나간 사랑 때문에 다시 누군가를 만나기가 두려운 이라면 꼭 이 영화를 볼 것. 모든 사랑의 끝이 꼭 아픈 것만은 아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