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있다. 투자 확대에는 공감하지만 불확실성이 많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재계에 강력한 투자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은 뚜렷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창조경제와 동반성장 등을 강조하며 재계에 투자를 늘려 국가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문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1일에는 범정부차원의 투자활성화 대책까지 발표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대 그룹 소속 69개사의 유보율은 1441.7%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유보율은 벌어들인 돈을 얼마나 사내에 쌓아두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높을수로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의미지만 투자나 생산활동 등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부정적 뜻도 포함한다. 그룹별로는 롯데가 1만4208%로 유보율이 가장 높고, SK(5925%), 포스코(2410%), 삼성(2762%), 현대중공업(2178%) 등이다.
재계 고민은 깊다. 투자확대에 대한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한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상황이 아직까지 불확실하다.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분야도 잘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최고 실적을 구가중인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 3조9000억원의 시설투자를 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조7600억원의 절반에 불과한 규모다. 삼성그룹 전체로는 올해 49조원 내외의 투자를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그룹 차원 사상 최대 투자계획이다. 하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고민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삼성의 공식입장은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 투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경기 불안, 업종별 업황 등 대내외적 여건상 기업들이 적극적 투자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글로벌 넘버 1, 2위에 올라온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로 시장을 키울 신규 성장분야가 보이지 않아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그룹사들은 새정부 코드와 맞춰 투자에 적극성은 띠고 있다. 현대차가 당진에 1조1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최근 발표했다. LG그룹은 연초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20조원의 투자계획을 내놨다. 최근 `예고된 투자는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하지만, 더 많은 투자 유도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불확실성을 없애주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재계는 아직도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정책과 법안 입안 과정에 대해 적잖은 압박을 느끼고 있다. 잔뜩 움츠린 분위기다. 새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아직은 충분한 교감이 부족하다는 말도 여전히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규제완화는 반길 일이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 제공이 중요한 때”라며 “단순한 수치 확보차원의 투자 독려보다는 업종별 특성과 상황을 감안한 투자유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효과를 충분히 기대할 만하면 아무리 말려도 앞다퉈 공격적 투자에 나서는 것이 기업들의 기본 생리다. 지금 대기업들이 현금을 늘리면서 투자를 꺼리는 것은 무엇보다 딱히 투자할 곳이 보이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선제적으로 미래 유망산업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표. 10대 그룹사 2012년말 유보율 현황(단위: 억원, %)
*자료: 금융감독원. 상장사 2012년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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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