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세의 디자인스토리]<29> 트렌드를 읽는법- 이브자리

이노디자인과 한국의 대표적 홈패션 브랜드 이브자리가 햇수로 5년째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대부분 의아한 반응을 보인다. 이노디자인은 제품 디자인 업체라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서 백화점을 돌아보다 패션 매장과 멀지 않은 곳에 침구를 전시, 판매하는 것을 보고 문득 `나의 시그니처 라인 중에서 침구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5년 전 마침 이브자리에서 러브콜을 받았을 때 이노디자인의 다양한 생활용품과 가전제품의 디자인 경험에서 찾아낸 소비자의 취향을 침구에 적용함으로써 색다른 창작을 할 수 있다는 또 하나의 설렘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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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에 예민한 패션 디자인의 한 분야기에 계절별로 기술 발달에 따른 소재의 변화와 세계적인 메가트렌드를 기반으로 한 컬러톤의 변화, 개개인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마이크로 트렌드까지 반영해야 하는 복잡하고 섬세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소비자의 취향과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디자인의 커다란 목적은 이제까지 내가 해왔던 일과 다르지 않다.

디자인의 프로세스도 여느 프로젝트와 다를 것이 없다. 이노디자인에서는 시즌별로 트렌드 분석과 시장을 예측하고, 연간 새로운 패턴을 개발해 준다. 가을, 겨울을 위한 패턴과 봄, 여름을 위한 패턴을 각각 개발해 이불 커버, 베개 커버 세트, 매트 등등을 디자인한다. 이에 따라 이브자리는 이노(INNO) 라인으로 계절마다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이노 라인은 모던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이브자리 제품군 안에서도 특히 사랑받는 라인이다.

이노 라인은 좋은 디자인과 양질의 제품을 많은 이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대중화하는 데 큰 목적을 둔 라인이다. 태초의 아름다움, 에덴동산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과 인공, 현실과 가상 세계의 경계를 넘나들며 풀어낸 역설적이고 새로운 조합을 디자인으로 표현했다. 생활 속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는 로하스(LOHAS) 개념을 바탕으로 이노디자인의 `디자인 퍼스트(Design First)` 블랙박스 개념을 도입했다. 완성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메인 디자인으로 풀어 각각 네 가지 변주로 2009년 3월 판매하기 시작했다. 특히 프리미엄 컬렉션으로 함께 시작된 `디자인 바이 영세 김`에서 선보인 T-LINE 디자인은 내가 사랑하는 태극 라인에서 한국인의 강인함을 담은 사괘의 직선과 한국인의 유연함을 보여주는 음양의 곡선을 현대적인 모습으로 담아보았다.

브랜드 이노는 홈패션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의 열악한 현실을 절감하고 홈패션 브랜드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세계에 알리고자 만들어졌다. 디자인이란 공장이 아닌 시장에서 출발하는 혁신적 사고의 결과물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립시킨 이노디자인과 국내 홈패션 역사를 이끌어 온 이브자리의 생산·판매 노하우를 결집해 탄생시킨 브랜드인 만큼 침장 제품 디자인의 수준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위의 지인들이 최근 이노디자인의 스토리들을 보면서 무엇이든 상상만 하면 만들어 낼 수 있어 참 부럽다고 말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많은 분야에 이노의 디자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 그런 말을 해주는 지인에게 말했다. 실제로 거의 모든 상품을 디자인할 수 있게 됐노라고. 그런데 그것은 이노디자인의 능력이 뛰어나서라기보다 주위에 다양한 기술과 능력을 갖춘 기업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이제는 신상품 아이디어의 발상지가 더 이상 생산기업의 연구소만은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가 행동하는 시장 속에서 신상품의 아이디어가 더욱 활발하게 탄생한다. 따라서 소비자를 연구하고 그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이노디자인 같은 디자인 전문회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디자인 전문회사들은 어떠한 생산기업의 특별한 기술이나 상품에 제한받지 않고 소비자의 욕구와 바람에 집중하기에 제품이나 서비스 분야에 상관없이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다. `미래 경제의 엔진은 디자인`이라는 이론의 뿌리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twitter@YoungS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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