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즐겨 읽었던 중국 나관중의 삼국지를 보면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의를 물리쳤다는 고사가 나온다. 제갈공명이 위나라 대장군인 사마의와 여러 차례 대전하면서 그의 성격과 행동양식을 분석한 결과를 미래예측에 적용해 항상 그의 의표를 찌르는 작전을 구사했던 까닭이다. 개인 기억이나 기록에 의거해 상황을 분석하고 가까운 장래에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추론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세계 2차 대전부터 군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컴퓨터는 복잡한 사회시스템을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암호를 분석하고 전투기 조종사들의 비행 습관이나 패턴을 분석하면 그 다음 행동이 어떻게 될지를 찾아낼 수 있다. 이는 실제 공중전에서 우위를 점하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1940~1950년대에는 컴퓨터 계산속도가 너무 느려 전투에 실제로 사용하는 데 많은 제약이 뒤따랐다. 이후 분석에 기반을 둔 예측모델 개발시도는 사회나 국가 시스템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사이버네틱스의 발전을 가져왔다.
지금 우리는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개인도 1950년대 초기 컴퓨터 모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각 가정에 보유하게 됐다. 그 결과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를 만들고,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려는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도구와 방법을 갖게 됐다.
요즘 유행하는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은 미래에 보편화할 예측 가능한 사회로 가는 과정 중 하나다. 얼마 전 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에서도 빅데이터는 큰 역할을 했다. 순식간에 현장에서 일어난 사건을 이미지로 취합해 분석해 범인을 정확하게 지목할 수 있었고 추적 과정이 실시간으로 방송됐다. 체포와 사살이라는 마지막 결론에 이르는 과정 역시 전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생생히 지켜볼 수 있었다.
데이터에 근거한 예측시스템은 사회 치안이나 안전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의료·군사·비즈니스 등 국가 기간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미래 예측 능력이 일상생활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반 국민에게 반드시 행복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이 같은 능력을 가진 공권력이나 비즈니스 집단이 분석과 예측능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사회 발전과 행복은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나쁘게 활용하면 독재 국가를 만들 수 있고, 압도적이고 시장독점적인 거대 공룡기업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들이 실제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모든 금융정보, 건강정보, 비즈니스 거래정보는 물론이고 일상적인 생활과 관련된 행동 패턴이 그대로 기록되고 저장돼 결코 끝나지 않을 디지털 행적들이 감시당하고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까지도 우리와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서로 주고받으면서 무차별적으로 우리 일상사에 끼어들고 개입하기 시작했다. 막대한 디지털파워로 더 강력해진 예측사회 강자들은 특정 목적을 위해 일방적으로 그 힘을 사용하고 우리를 압박하고 있지만 그런 행위에 반드시 뒤따라야 할 최소한도의 공공성이나 책임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자주 경험한다.
개인이 예측 가능한 디지털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공권력이나 거대 자본 세력들이 과연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이버 규칙이나 디지털 도덕성의 마지노선을 인지하고 있는 지 항상 긴장하고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노력을 소홀히 하면 미래 우리 좌표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슈퍼 디지털파워 세력의 포로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호 인제대 일산백병원 교수 jeho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