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 라이브 메신저로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해오던 직장인들이 집단 멘붕(멘털붕괴)에 빠졌다. 윈도 메신저가 스카이프와 통합 작업을 진행하면서 접속에 장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스카이프 다운로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윈도 라이브 계정으로 스카이프에 접속했을 때 `로그인 세부정보를 인식하지 못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오며 오류를 일으키고 있다.
스카이프에 접속하니 윈도 메신저 아이디를 묻고, 윈도 메신저 아이디를 입력하니 다시 스카이프 아이디를 묻는 무한 루프에 빠져 업무 시간을 통째로 날렸다는 사람도 있다. 스카이프 설치 과정에서 시스템 재시작을 반복 요구한다는 사례도 많았다.
문제가 생겨도 문의할 창구도 마땅치 않고, 도움말 정보도 제한적이라 사람들은 더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30대 이상 직장인들에게 윈도 메신저는 가장 친근한 PC 애플리케이션이다. 보다 어린 세대는 네이트온, 모바일 세대는 카카오톡을 즐겨 사용하지만 사무실에서 PC를 많이 쓰는 직장인에게 윈도 라이브 메신저는 가장 익숙하고 친근한 프로그램일 수밖에 없다.
윈도 메신저는 학생시절 친구와 대화를 이어주며 온라인을 통한 소통의 재미를 알게 해 줬다. 해외 어학연수 간 친구들도 메신저로 가족과 대화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엔 직장 동료와 업무 얘기, 때로는 상사에 대한 험담도 나누는 통로 역할을 했다.
한때 독점 논란에 휘말린 얄미운 제품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이 널리 사용했던 제품이기도 하다. 추억이 담긴 윈도 메신저와의 마지막 이별을 이런 식으로 삐걱대며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
세계적으로 수억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폐지하고 통합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불가피하게 문제가 생긴 거라 믿고 싶다. 하지만 윈도 메신저와 스카이프 통합 과정에서 생긴 오류에 허둥대고, 도움 구할 길도 마땅치 않으니 사용자 마음은 자연히 멀어지고 만다.
이미 네이트온으로, 카카오톡으로 갈 사람은 다 갔으니 상관 없다는 것일까. 마이크로소프트 모바일 미래의 한축을 담당할 스카이프를 위해서도 이번 통합 작업은 이렇게 헝클어지면 안됐다.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