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인증이라더니…” 나도 모르게 소액결제?

최근 기승을 부리는 소액결제 사기 ‘스미싱’ 이전부터 꾸준히 기승을 부렸던 것이 바로 소액결제 사기다. ‘무료체험’, ‘성인인증’ 등을 내세워 매달 유료 자동결제를 신청하게 만든 다음 웹사이트를 폐쇄하거나 허위 정보를 게시해 결제 취소가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최근 성인사이트 무료인증을 빙자해 무차별 스팸문자를 보내는 유료 콘텐츠 업체가 늘어나 주의가 필요하다.

Photo Image

◇ 소액결제 사이트 “해지 방법 없다?” = 자신 명의로 개통된 아들의 스마트폰 청구서를 확인하던 황재호씨(가명)는 정체불명의 결제 내역을 발견했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매달 1만 6,500원씩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 집에 돌아온 아들을 다그친 황씨는 ‘스팸 문자메세지에 포함된 인터넷 주소를 눌러서 들어간 성인사이트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서 황씨의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를 입력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동통신사에 전화해 결제한도를 0원으로 낮춘 황씨는 이동통신사·결제대행사(PG사) 고객센터에 전화해 성인정보업체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하지만 전화번호와 이메일주소는 모두 가짜였고 사업자번호도 허위였다. 해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것. 결국 황씨는 더 이상 해당 사이트에서 결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스마트폰 회선을 해지한 다음 아들에게 전화와 문자만 쓸 수 있는 피처폰을 쥐어주었다.

◇ 교묘히 숨겨진 자동결제 문구 = 취재결과 이처럼 자동 소액결제를 유도하는 스팸문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 살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팸문자에 기록된 웹사이트 주소를 자세히 살펴보면 ‘for○○○○.kr’, ‘21○○○.kr’, ‘wow○○○.kr’, ‘i○○○y.net’ 등 영어와 숫자를 조합해 기억하기 힘들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Photo Image
▲ 실제로 수신된 스팸문자 목록. 웹사이트 주소도 영어와 숫자를 조합해 기억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실제로 이중 한 곳에 스마트폰을 이용해 접속해 보았다. 낯뜨거운 사진과 함께 ‘성인인증후 바로 무료보기하세요’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이 상태에서 휴대전화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성인인증을 사칭한 소액결제가 진행되는 것.

Photo Image
▲ 결제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며 매월 자동과금된다는 문구를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어두운 글씨로 적어 놓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을 조금 내려서 확인하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어두운 글씨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힌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영상물은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심의를 필 한 성인동영상으로 포르노동영상이 아님을 밝히며 무료보기 3일 경과후 월정액 16500원이 자동으로 과금되며 본인의 해지의사가 없을시 매월자동연장됩니다’

Photo Image
▲ 비슷한 유형의 소액결제 피해자들. 피해 금액도 1만 6,500원으로 동일하다.

결국 무심코 입력한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번호가 매월 1만 6,500원을 납부하는 서비스 결제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방식의 결제 서비스가 불법은 아닐까. 소액결제업체 관계자는 “이용약관이나 첫 페이지에 ‘유료서비스’ 또는 ‘무료서비스 후 자동유료 전환’ 이라는 문구가 없으면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경우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공지를 해 놓은 상태이므로 해당 업체에서는 ‘불법은 아니다’라고 빠져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 주소는 여러개인데… “모두 같은 업체네?” = 그런데 스팸문자에서 수집된 웹사이트 주소를 자세히 살펴보면 영어와 숫자 조합으로 비슷한데다 화면 구성도 비슷하다. 실제로는 한 업체가 서버 한 대로 여러 웹사이트를 열어놓고 무차별적으로 스팸문자를 보내는 것은 아닐까.

Photo Image

웹사이트 주소를 통해 실제 인터넷주소(IP)를 추적해 주는 윈도 네트워크 명령어 ‘nslookup’을 이용해 추적해 봤다. 그 결과 수집된 주소 6개 중 4개는 IP가 완전히 같았고, 나머지 2개는 IP 끝자리만 달랐다. 서버를 운영하는 업체도 동일했다.

Photo Image
▲ 사업자번호도 허위이며 전화번호로는 통화가 불가능하다.

사이트 하단에 표시된 사업장 주소도 울산광역시, 부산광역시 등 경상남도 지역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해당 사업자에 연락해서 소액결제 취소가 가능할까. 모바일 웹사이트 하단에 나온 전화번호로 전화해 보았지만 모두 결번이거나 통화중이었다. 심지어 국세청의 사업자과세유형·휴폐업 조회 서비스를 이용해 확인한 결과 지난 2012년 10월 24일자로 폐업한 사업자 번호를 적어 놓은 곳도 있었다.

◇ 피해 막으려면 “스팸문자 바로 지워라” = 소액결제 사기 피해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각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은 “게임 결제 등 휴대전화 소액결제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하지 않는다면 소액결제 한도를 0원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또 무료로 제공되는 스팸 차단 서비스를 이용하면 청소년에게 무분별하게 성인 사이트 스팸메시지가 전달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사이트의 ‘무료인증’, ‘무료체험’이라는 문자에 속아서 소액결제 피해를 입었다면 ‘휴대폰/ARS 결제중재센터’(www.spayment.org)를 이용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접수후 3~4일 이내에 결과가 통보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