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제조회사는 프린터를 싸게 공급하는 대신 토너카트리지를 비싸게 팔아 이윤을 남기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카트리지는 소모성 부품으로 어느 회사도 만들 수 있어 많은 재생 카트리지 회사가 있다. 프린터 회사는 이윤이 많은 카트리지 판매를 독점하기 위해 특허와 저작권 두가지 융합 지재권 전략을 추구한다. 융합 지식재산(IP)권 전략은 과다한 보호를 막기 위한 특허 소진이나 저작권 공정이용 원칙과의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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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특허 보호에 대한 사례를 보자. 프린터 제조사 렉스마크는 카트리지 기술에 특허를 등록하고 카트리지에 일회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해 허가 없이 카트리지를 재생하는 업자를 특허 침해로 제소했다. 대부분 카트리지는 렉스마크가 유통업자에게 팔고 유통업자가 다시 소비자에게 판다. 특허 소진 원칙에 따르면 특허 물품이 일단 시장에 배포되면 원 특허권자는 그 제품에 관한 한 특허권을 더 이상 주장할 수 없고 구매자는 마음대로 재판매나 처분할 수 있다. 판매 제품에 대해 두 번 특허료를 받을 수 없다는 상식적인 이론이다. 미국 법원은 한번 판매된 카트리지 특허권은 소진되므로 재생업자는 특허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을 했다. 일회 사용이라는 조건을 붙여도 특허 소진을 막을 수 없다.

두번째, 저작권 보호는 소프트웨어(SW)를 저작권으로 보호하는 디지털 저작권법을 이용한다. 개정된 미국의 저작권법인 DMCA나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저작물에 대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함부로 푸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한 경우 복제는 공정이용으로 보아 예외로 둔다. 디지털 부품끼리 통신하기 위한 인터페이스 SW가 암호화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인터페이스가 공개되어 있지 않는 경우, 타회사가 부품을 제조하려면 인터페이스를 복제해 암호를 풀어서 역공학으로 파악해야만 호환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런 행위가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 저작권 위반인가 합법적인 역공학인지 쟁점이다.

렉스마크는 프린터 토너 카트리지에 칩을 장착해 프린터와 카트리지 사이에 인터페이스 SW를 암호화한 후 자사 카트리지만 프린터와 작동이 되도록 했다. 스태틱 콘트롤사 컴포넌트라는 회사가 렉스마크 카트리지를 재생하는 회사들이 장착하면 호환이 되는 카트리지를 만들 수 있는 칩을 제공했다. 호환 칩을 만들려면 렉스마크의 암호화된 SW를 역공학으로 풀어 인터페이스 정보를 알아내야 했다. 렉스마크는 이러한 역공학 행위를 DMCA에서 금지한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 행위라고 저작권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원은 기술적 보호조치 취지는 표현을 보호하기 위한 암호화를 푸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지 호환 제품을 만들기 위한 역공학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합법 판결을 내렸다.

제품에 여러 기술과 콘텐츠가 융합되는 시대에서 관련된 IP권도 융합이 되는 추세다. 특허·디자인·상표, 저작권이 복합적으로 적용이 된다. 그러나 과도한 적용은 부정경쟁 역효과를 유발한다. 특허 소진이나 저작권 공정이용 원칙이 존재해 창작자 권리보호와 사회 전체의 발전 사이에 균형을 도모한다.

고충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chungkonk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