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2009년 한국과 미국 주요 기관 웹사이트를 마비시킨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에 대해 “공격의 정확한 발원지를 입증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사이버 전쟁과 관련된 혼란과 고충을 지적했다.
슈미트 회장은 23일 펴낸 첫 저서 `에릭 슈미트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서 “2009년 사이버 공격을 조사한 보안전문가들은 공격에 동원된 좀비 PC 네트워크가 북한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강력히 시사하는 여러 단서를 찾아냈다”며 “한국 정부가 북한을 배후로 지목했고 미국 언론이 이를 기사화하자 유력 공화당 의원은 보복 차원에서 북한에 대해 `강력한 무력시위`를 벌일 것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1년에 걸친 조사에도 이 공격을 북한이나 다른 국가가 저질렀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정부는 물론, 두려움과 분노에 휩쓸려 잘못된 상대에게 보복하는 희생자,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대규모로 만드는 엔지니어 모두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슈미트 회장은 이외에도 책에서 북한을 몇 차례 언급해 눈길을 끈다. 북한 같은 국가들이 검열과 감시 기술을 공유하는 독재국 사이버 연합이 등장하리라 내다봤다. 인터넷에서 북한 관련 콘텐츠를 필터링하는 한국 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슈미트 회장은 저서에서 “우리가 예상하는 미래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움직이면서 가장 흥분된 시간과 약속, 도전으로 가득 찬 멋진 신세계”라며 기술 낙관론을 펼쳤다. 지구상 모든 사람이 서로 연결되고 정보기술을 전기처럼 어디서나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25년이 되면 세계인 대부분이 손바닥에 쏙 들어가는 기기로 온 세상의 정보에 접속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디지털 연결은 생산성·건강·교육·삶의 질은 물론 현실 세계의 다른 수많은 분야 생산성까지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공존하고 충돌하고 상호 보완하며 향후 수십년간 시민과 국가의 행동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진단이다.
계급에 따라 디지털 기술에 따른 수혜 정도가 달라지는 `디지털 카스트`는 존속될 것이라며 디지털 세계의 어두운 점도 짚었다. 슈미트 회장은 “중산층에 이어 디지털 세계에 진입할 약 50억명의 세계인은 디지털 시대 최대 수혜자인 동시에 디지털 시대가 낳은 최악의 문제점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폰 보급과 연결성 향상 역시 시민에 강력한 힘을 주는 동시에 사생활 침해와 보안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