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과학]IP는 창조경제의 유통화폐

우스갯소리다. 최근에 가장 헷갈리는 세 가지를 꼽으면? 첫째는 북한 김정은의 생각, 두 번째는 안철수의 새정치, 마지막으로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란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그만큼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게 창조경제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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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창조경제 뜻풀이 경연대회 수준이다. 정치판은 물론이고 사회·경제·문화·과학 등 각 분야에서 방귀 좀 뀐다는 사람은 창조경제에 대해 한 마디씩 거든다. 지금까지 나온 정의와 사례만 모아 봐도 책 몇 권은 거뜬히 나올 분량이다. 일부에서는 다소 과열된 `창조경제 배틀`에 우려를 표시하지만 나쁘게만 볼 게 아니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이 모아질수록 훨씬 탄탄한 실행 계획이 나올 수 있는 법이다.

`뜻풀이 배틀`에 숟가락을 얹고 싶지는 않다. 정답도 없을 뿐 더러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전공 분야도 아니다. 아쉬운 점은 매일 창조경제와 관련해 새로운 내용이 쏟아져 나오지만 진짜 중요한 분야가 빠졌다는 느낌이다.

창조경제, 다양한 정의가 가능하겠지만 쉽게 생각하자. 고등학교 상식 정도면 충분하다. 복잡하지 않다. 박 대통령이 언급을 포함해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취합하면 새로운 경제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존 경제를 자극할 모델을 개발해 일자리도 만들고 새로운 성장 동력도 찾자는 취지다.

당연히 과학·IT와 같은 기초·응용 기술이 필요하다. 한 가지 기술과 분야가 아닌 융합이라는 도구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창의와 아이디어와 같은 무형의 자원이 갖춰져야 한다. 무형의 자산은 곧 지식재산(IP)이다.

결국 창조경제에서 IP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자원이다. 창조경제를 논할 때 핵심 인물이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 저자로 잘 알려진 영국 경영전략가 존 홉킨스다. 홉킨스도 IP는 중요성을 제대로 짚어냈다. 그는 “창조경제를 위한 유통 화폐는 IP”라며 “IP가 없는 창조경제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IP가 창조경제 전부는 아닐지라도 핵심 코어 중의 하나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 창조경제 열풍에서 IP는 뒤편으로 밀려났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창조경제 핵심부처인 미래부에 IP업무를 관장할 지식재산전략기획단이 만들어졌다. 소속은 비록 총리실 산하 지식재산위원회지만 유관 부처와 훨씬 긴밀한 업무가 가능해졌다. 박근혜정부의 100대 국정 핵심 업무 과제에도 포함됐다. 정말 잘한 결정이다. 문제는 조직은 있지만 아직 정체성이 애매모호하다. 법적인 지위도 확실하지 않고 다른 유관 부처와 업무 조정도 깔끔하지 못한 상황이다.

반면에 미국은 우리보다 5년이나 앞서 2009년부터 백악관에 지식재산집행조정관을 설치했다. 미국 IP정책과 산업 로드맵을 제시하고 각 부처의 업무를 조율한다. 일본도 총리가 직접 지적재산전략본부장을 맡아 IP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다소 뒷북이지만 국내에서도 청와대 IP전략 수석비서관 아니면 최소한 IP비서관 정도는 두었어야 했다.

그게 늦었다면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 챙겨야 한다. 가뜩이나 IP는 전문적인데다 쉽게 눈에 보이지 않아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십상이다. 이래서는 창조경제가 사상누각으로 흐르기 쉽다. 창조경제가 시장의 큰 메아리로 울려 퍼지기 위한 고리는 IP다. 아니면 변죽만 울리고 훌쩍 5년이 지나갈 공산이 크다. 더 늦기 전에 청와대가 나서야 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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