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통가에서는 `크리슈머(Cresumer)`라는 용어를 자주 쓴다. 창조를 의미하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와 소비자를 의미하는 `컨슈머(consumer)`를 조합한 용어다. 단순히 제조사가 제공하는 제품을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새롭게 만들어 사용하는 창조적인 소비자를 일컫는다.
과거 소비자들은 제조사나 서비스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 가운데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 사용하는 데 그쳤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발달, DIY(Do It Yourself) 도구까지 많아지면서 창조적 소비가 늘고 있다. 제품 이용의 주도권이 제조자에서 소비자로 확실하게 넘어왔다는 것이다.
주문자의 가족 사진을 넣어 제작해 주는 맞춤형 우표나, 자신이 설계해 원하는 모양을 만드는 블록완구 `레고` 등은 전통적 크리슈머 제품의 예다. 최근 삼성전자가 크리슈머 마케팅에 나섰다. 갤럭시노트2를 이용해 영화를 만드는 이벤트 `나도 감독이다`를 진행했다. 소비자들이 갤럭시노트2의 새로운 기능을 찾아내고 이를 활용해 영상을 만들도록 했다. 회사 관계자는 “마케팅 담당자도 잘 모르던 기능까지 찾아내 영상을 제작한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폰은 크리슈머형 대표 제품으로 꼽힌다. 제조사가 제공하는 내장된 기능만 사용하던 관행을 깼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자발적으로 생겨났고,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최적화된 폰을 만들어 쓸 수 있게 한 것이다. 최신 스마트TV는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를 찾아주는 `영상 추천` 기능까지 담당한다. 빅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성향에 맞춰 영상물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이처럼 스마트기기가 진화할수록 `크리슈머` 개념은 점점 확산될 전망이다.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변화가 나타날 것인지, 한계를 짓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크리슈머형 제품에서는 `융합`과 `사용자경험(UX)`이 핵심이다. 진정한 `히트작`이 되려면 제조사·서비스 회사들도 창조적 소비자를 염두에 둔 제품 기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소비자들도 동일한 기기를 남들보다 똑똑하게 이용하려면 신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해진 때다.
전자산업부차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