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걸어 다니는 건강사전`으로 통한다. 그에게 증상을 얘기하면 바로 치유법을 제시한다. 주로 대체의학 내용으로 지식은 다독(多讀)에서 나온다.

“대학 때 거의 매일 서점에 갔습니다.”
의학·건강서적을 보기 위해서다. 학교 도서관이 아닌 서점에 간 것은 책을 보유하고 수시로 꺼내 보고 비교하고 연구하기 위해서다. 그는 보유한 도서 수를 세어 보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의학건강서적만 1000권을 족히 넘는다고 말했다.
건강서적을 많이 본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허리디스크로 고생해서다. 병원에 가면 `문제가 없다` `신경성`이라고 했지만 그는 심한 통증을 느꼈다. 대학 때도 병이 낫지 않자 대체의학 서적으로 스스로 해법을 찾기로 결심했다.
정 대표는 결국 `딱딱한 곳에서 잠자기`와 `하루에 한번 거꾸로 매달리기`라는 그만의 해결책을 찾아냈다. 정 사장은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 환자가 완치된다”고 확신했다.
정 대표 사무실에 가면 언제나 놓여 있는 감잎차도 마찬가지다. 몸 속에 비타민C를 축적하는 데 감잎차만큼 좋은 게 없다고 말한다. 그가 감잎차를 마시기 시작한 지는 벌써 30년이나 됐다.
정 대표는 2008년부터 시리즈로 읽었던 `화폐 전쟁`을 최근 다시 꺼내 들었다. 전문서보다는 상상력을 높이고 감정을 자극하는 책을 주로 읽지만 최근 요동치는 주변국 환율에 화폐전쟁을 다시 한 번 꺼내들었다.
“환율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추세적으로 우리나라에 큰 변화가 올 것인데 여기에는 환율 변화가 반드시 수반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환율 변화에 더 민감해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금융·중국경제 전문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와튼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졸업했으며 굿모닝신한증권 IB본부장을 거쳐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사장을 역임했다.
그런 그가 많은 전문 서적을 제쳐두고 왜 화폐전쟁을 골랐을까.
“통화를 갖고 전쟁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펀더멘털 이슈가 아닌 음모론과 같은 배후 이야기로 현상을 해석합니다. 경제이론이 아닌 경제·금융시장 뒤에 숨어 있는 권력과 힘에 의해 작동한다고 말합니다. 과거 역사적 사건에 이런 음모가 있었다는 것은 앞으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는 이어 “엔화 약세와 위안화 강세 구조를 단지 펀더멘털로만 봐서는 안될 것”이라며 “그 뒤에 무엇이 존재하고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해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와 위안화 강세가 미치는 영향만을 볼 것이 아니라 배경이 되는 정치적 요소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책을 보며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반복해서 읽으며 본인의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다. 대학 때는 A4 종이 한장을 들고 다녔다. 서점에서 좋은 글귀를 보거나 거리를 걷다가 생각나면 메모를 했다.
정 대표는 과중한 업무로 과거만큼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책 읽는 시간만큼은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책은 확실히 정신적으로 많은 양분을 줍니다. 새로운 것을 공급해 뇌세포를 계속 자극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