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이 中企 SW인력 블랙홀 되서야

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에 말 못 할 괴로움이 하나 더 늘었다. 인력난이다. 늘 있는 구인난이 아니다.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겨가는 직원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사장은 좋은 조건에 더 나은 회사로 옮기겠다는 사람을 잡을 수 없어 속만 까맣게 탈 뿐이다. 오죽했으면 대기업과 함께하는 정보통신기술(ICT) 프로젝트가 두렵게 느껴졌을까. 중소기업 SW 엔지니어가 가장 많이 이직하는 시기는 대기업과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한 직후다. 프로젝트를 함께 하면서 유심히 살펴 본 대기업이 튀는 중소기업 SW 엔지니어를 포섭하기 때문이다.

이제 전문 중소SW기업은 대기업이 SW를 강화한다는 이야기만 나와도 기겁을 한다. 애써 키운 SW 전문가를 순식간에 대기업에 빼앗길 게 뻔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고급기술과 정보를 갖고 있는 임원이 이직 대상이었지만 요즘엔 한창 일할 4~5년차 직원도 인기라고 한다. 중소기업이라는 간판으로는 인력 구하기도 힘든 판에 몇 년 동안 애지중지 키운 일군을 보내야 하는 심정은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SW기업 인력 미충원 비율이 28.9%에 이른다. 특히 직원 10~100명 미만 규모 중소기업은 구인 인력의 3분의 1을 충원하지 못한 상태다. SW업종은 3D(Dirty, Difficult, Dangerous)를 넘어 `꿈이 없는(Dreamless)`이 추가된 4D 업종 신세다. 능력과 경쟁력을 갖춘 인재가 중소 SW기업을 택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진다.

최근 주요 대기업은 SW 인력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기업이 SW 인력을 중시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중소기업 SW 인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서는 곤란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핵심인력을 빼가는 상황에서 동반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개인이 대기업으로 옮겨가는 것을 두고 뭐라 할 수는 없겠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배려가 필요한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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