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책임법 제정 속도, 산업계 경쟁력 약화 우려

최근 산업시설의 유해환경물질 유출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관련 사고의 배상책임 근거 마련을 위한 법안 제정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환경부를 중심으로 국회, 학계, 산업계, 시민단체가 모여 `환경피해 배상 및 구제정책 포럼`을 구성, 일명 환경책임법으로 불리는 `환경피해 배상 및 구제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환경책임법 제정은 새 정부의 국정과제 중 환경유해물질 관리 및 환경 피해구제 강화의 일환으로 앞서 환경부는 업무보고를 통해 환경피해시 명확한 배상책임제 도입의사를 밝힌 바 있다.

법안은 환경피해 사고 발생 시 관련 책임자의 배상책임을 명시하고 배상을 위한 재원을 사전에 마련토록 한 부분이 핵심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자는 유출사고에 대비해 피해보험 가입과 함께 보상기금 마련에 동참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우선 해당 사업자가 모든 배상을 책임지고 재원이 부족할 경우 보험이 나머지를 충당한다. 사업자 배상과 보험으로도 배상이 해결되지 않은 대규모 사고에는 기금이 활용된다.

이호중 환경부 정책총괄과장은 “최근 환경피해 사고가 잇따르면서 관련 법 제정을 최대한 서두르고 있다”며 “연내 법안제정을 목표로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에 6월경에 법안 발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환경부의 이 같은 법 제정 속도전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화학물질 사고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안은 필요하지만 법안 제정을 서두르다 보면 이행 주체인 산업계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이유다. 환경피해에 대한 책임성만 강조되고 이행가능성과 수출경쟁력 등은 고려되지 않을 경우를 경계하고 있다. 환경피해 책임에 대한 영역이나 보상액, 의무보험가입 조건과 가격 등 법에 담길 대부분의 내용이 생산비 상승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법안의 명확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환경피해 특성상 피해규모 규정과 사고책임자의 분별에 모호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정도와 종류에 따른 배상규모를 정하는 작업은 물론, 금융업계가 관련 보험상품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작업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법 도입 시에도 속도전을 펼치면서 산업계와 많은 갈등을 야기했다”며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법 제정 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함께 마련해 산업계가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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