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석 달 보름 만에 서울 서초동 사옥으로 출근했다. 오는 21일 `출근 경영` 2년째를 맞는 이 회장이 제2의 신경영 선언으로 새 기운을 불어넣을 것인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은 16일 오전 8시 35분께께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42층에 마련된 집무실로 나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으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는 등 업무에 들어갔다.
이 회장이 서초 사옥으로 출근한 것은 지난해 11월 30일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수상자들과의 만찬 직전 집무실을 찾은 이후 137일 만이다. 그는 지난 1월 11일 하와이로 출국한 뒤 하와이와 일본을 오가며 석 달 가까이 해외 머물다 지난 6일 귀국했다. 해외에서 건강관리를 하며 수시로 그룹 수뇌부로부터 주요 현안을 보고받고 미래사업도 구상했다.
이 회장이 출근을 재개하면서 21일 `출근 경영` 2년을 맞아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다. 지난 2008년 4월 삼성특검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 회장은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해 이듬해인 2011년 4월부터 주 2회 서초사옥으로 출근하며 현장경영을 펼쳤다.
이 회장은 일본에서 돌아온 직후 공항에서 “미래 사업구상을 많이 했다. 건강은 괜찮고, 열심히 뛰어 새 정부를 돕겠다”는 말을 했다.
이 회장이 해외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를 딛고 그룹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한 구상을 마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재계에서 나온다. 주요 경영진을 통해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주문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새 정부와의 창조경제 협조 차원에서 투자확대와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사회공헌 활동도 강화될 수 있다.
특유의 `위기경영`도 강조되고 있다. 이 회장은 장기 해외 출장에서 복귀할 때마다 조직에 위기의식을 강조해왔다. 그는 그룹 내 최고경영진에게 `앞으로 수년간은 스마트폰이 잘되겠지만 그 이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삼성의 성장동력 확보에 대한 강도 높은 주문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회장이 현장에 나서면서 신규 투자 등 삼성의 경영 전반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이 회장이 신경영 선언으로 삼성을 본격적으로 변화시키기 시작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이 회장은 다음 달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일정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현지에서 박 대통령이 한미 재계 관계자들이 만나는 자리에 함께 참석하는 형태다. 이 회장이 대통령의 해외 방문 때 동행하는 것은 2004년 9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을 방문할 때 이건희 회장은 4대 그룹 회장 중 한 명으로 대통령을 수행한 바 있다. 이번 박 대통령의 방미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본무 LG 회장 등도 함께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