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사업자와 주요 멀티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간 벌이는 송출수수료 협상이 올해는 예년과 달리 제대로 시작도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년 꾸준히 상승해온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올해 새 정부의 물가안정 시책 등과 맞물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홈쇼핑·케이블업계에 따르면 통상 3~4월에 진행되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홈쇼핑사업자 간 수수료 협상이 올해 특히 지지부진하다. 협상은 예년에 보통 3~4월에 집중돼 5월 초에는 대부분 마무리돼 왔지만 올해는 본격적 협상 테이블 자체가 열리지 않고 있다. 협상은 개별 홈쇼핑사업자와 주요 케이블SO 간에 진행된다.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SO 업무를 관할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조직이 정비되지 않아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미래부 출범 과정에서 SO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케이블사업자가 부담을 느껴 협상을 뒤로 미루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협상은 개별 홈쇼핑업체와 SO 간 이뤄지며 번호와 사업지역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홈쇼핑 업계는 SO와의 송출수수료 협상이 한 해 가장 중요한 업무로 꼽힌다. 어떤 번호를 확보하고, 수수료로 얼마나 지급하는지에 따라 회사 이익 규모 전반에 영향을 받는다. 중소 제조사·판매사의 홈쇼핑 방송 수수료 정책에도 영향을 준다.
수수료 협상 테이블을 연 1회 열린다. SO는 체결이 늦어져도 이월된 금액을 소급 적용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홈쇼핑사업자는 수수료 변경 자체가 한 해 영업이익에 큰 변수기 때문에 조기 타결을 원한다.
올해 협상 시즌 핵심도 역시 수수료 인상 여부다. 중계 수수료는 해마다 꾸준히 올라왔지만 올해는 정부 차원의 물가인상 자제 분위기가 많다. 공정거래위원회 등도 이를 꾸준히 모니터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큰 폭 상승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른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홈앤쇼핑 등 새로운 사업자와 종합편성매체(종편) 등장으로 최근 수년간 수수료가 큰 폭으로 올라왔다”며 “올해는 신규 홈쇼핑 사업자가 없는데다 정부 정책 등과 맞물려 인상폭이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에 SO의 주장은 다르다. 디지털전환 등 투자 요인이 있는데다 채널 수요가 있는 만큼 인상 요인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 SO 업계 관계자는 “가격은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며 “홈쇼핑 업계의 욕구가 분명한 만큼 합리적 수준에서 인상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추가 인상에 무게를 둔 발언이다.
홈쇼핑 중계 수수료는 최근 수년간 꾸준히 올랐다. 2009년 4100억원이던 전체 홈쇼핑사업자 수수료(홈쇼핑사업자가 SO에 지급하는 수수료 전체 금액)는 2010년 4900억원, 2011에는 6400억원으로 뛰었다. 최종 집계가 이뤄지지 않은 지난해 수수료는 8000억원에 육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표. 홈쇼핑 송출수수료 추이
*자료: 업계·방송통신위원회 보고서. 다수 홈쇼핑사업자가 SO에 지급하는 금액합계기준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