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과 물놀이가 잦은 5·6월을 앞두고 ‘물속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방수 카메라를 장만하는 사람들이 많다. 집계하는 업체에 따라 수치는 달라지지만 2012년 한해만 해도 60% 이상 성장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방수 카메라라 해도 해마다 적절한 점검을 받지 않거나 사용 설명서에 명시된 환경을 따르지 않는다면 침수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방수된다더니 “이틀만에…” = 박현경씨(가명)는 지난 2012년 7월 사이판으로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A사의 방수 카메라를 장만했다. 휴가 이틀째, 수중 다이빙을 즐기면서 사진을 찍던 박씨는 카메라가 정상작동 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부랴부랴 물 위로 올라와 카메라를 확인해 보니 카메라뿐만 아니라 메모리카드까지 망가진 상태였다. 귀국후 서비스센터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3시간 이상 물 속에서 썼기 때문에 원칙대로라면 보상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프로모션 기간에 등록해서 제품을 1회 무상 교환해 주겠다”는 답변만 들었다. 사라진 사진 데이터에 대한 보상은 받을 수 없었다.
이지성씨(가명)는 결혼 선물로 받은 B사의 방수카메라를 바닥에 떨어뜨렸지만 전원을 넣어 보니 정상작동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수영장에서 전원을 켜고 물에 담근 순간 화면 표시가 멈추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서비스센터에 제품을 가져갔지만 “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아주는 패킹이 외부 충격으로 변형되었으므로 소비자 과실이며 유상수리를 해야 한다”는 답변만 들었다.
◇ 방수 기능에도 한계 있다? = 방수 카메라는 대부분 ‘수중 촬영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카메라의 제원을 자세히 보면 ‘IPX ○등급’, 혹은 ‘생활방수 가능’이라는 용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방수 카메라를 만드는 제조사는 대부분 ‘IPX8’을 내세운다. 이 규격은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 표준에도 ‘KSC IEC 60529 절차에 따른 물에 대한 보고등급’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IPX8’은 정확히 어떤 기준일까. 규격을 찾아보면 ‘시험 조건 및 시험 시간은 시험의뢰자와 합의(단, IPX7 기준 이상일 것)’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IPX7’의 시험 조건을 다시 찾아보면 ‘외곽의 위끝에서 수면까지 0.15m, 외곽의 아래끝에서 수면까지 1.0m, 시험시간 30분’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다시 말해 IPX8 등급을 만족하는 카메라는 적어도 ① 수심이 1미터 이상 되는 공간에서 ② 최소한 30분 이상 버틸 수 있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아무리 수심이 얕다 해도 지정된 시간을 넘어 서면 방수 기능의 한계를 넘어서서 카메라가 망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 지정된 시간 밝히지 않는 경우 많아 = 하지만 올림푸스한국, 니콘, 펜탁스 등 방수 카메라 업체들은 한계 수심을 내세우는 경우는 많아도 실 사용 시간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림푸스한국이 올해 출시한 방수카메라 ‘스타일러스 TG-2’ 역시 ‘수중 15미터’라는 말은 내세웠지만 물속에서 쓸 수 있는 시간은 표기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의하자 올림푸스한국 관계자는 “수중 15미터에서 배터리가 남아 있을 때까지 쓸 수 있으며 사진은 최대 400장, 동영상은 최대 6시간 동안 촬영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시간을 표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니콘 쿨픽스 AW110s 역시 ‘수심 18미터’라는 광고 문구만 내세웠다. 상세 페이지를 한참 뒤진 후에야 ‘수심 18m, 60분까지의 촬영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찾을 수 있다. 펜탁스 옵티오 WG-2 역시 상세 페이지 맨 아래에 작게 ‘수심 12m에서 연속 120분 수중 촬영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적어 놓았다. 결국 방수 카메라를 쓰더라도 제품에 따라 짧으면 한 시간, 길어도 두 시간 안에 물 밖으로 나와야 하는 셈이다.
물론 방수 카메라 제조사들이 이런 수치를 모두 표기해야 한다는 규정이나 강제조항은 없다. 하지만 방수 카메라의 한계를 넘긴 채로 장시간 사용할 경우 카메라가 망가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소비자 과실’로 처리되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 충격·패킹 내구성도 신경써야 = 방수 카메라는 렌즈를 카메라 본체 안에 감추고 각종 단자도 고무나 실리콘 재질 덮개로 덮어 물이 제품 안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는다. 이런 부품을 가리켜 ‘패킹’이라고 한다. 하지만 카메라를 떨어뜨리는 등 강한 충격을 줄 경우 케이스와 패킹 사이 간격이 벌어지기 쉽고 이 사이로 물이 들어가면 카메라가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 패킹 사이에 모래나 먼지 등 이물질이 끼어 있을 경우 패킹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물이 들어간다.
실리콘 패킹의 수명도 문제다. 특히 강이나 냇가 등 민물이 아니라 수돗물을 쓰는 수영장, 염분이 포함된 바다에서 쓸 경우 깨끗한 물로 잘 씻어내지 않으면 패킹이 부식되어 제 역할을 못할 수도 있다. 복수 카메라 업계 관계자는 “방수 카메라를 쓰기 전에 패킹 상태에는 이상이 없는지 반드시 점검하고 패킹은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갈아줘야 한다. 패킹 점검을 잊었다면 카메라와 함께 방수팩을 이용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