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병들어간다면... `건강검진` 인기폭발

“건강 검진을 받아보고 지금 우리 회사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처방에 따라 과제를 신청했고, 사업을 수행하며 애로 사항을 해결할 수 있었다.”

중소기업이 병들어간다면... `건강검진` 인기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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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진공펌프는 중소기업 건강관리시스템 처방에 따라 해외 판로를 중점 확대하고 있다. 지난 해 중기청 해외마케팅 지원사업을 통해 국제전시회에 참가한 제일진공펌프의 부스 전경.

부산 사상구에 있는 제일진공펌프 전찬진 상무 얘기다.

제일진공펌프(대표 전찬일)는 선박 엔진용 해수펌프 전문 중소기업이다. 지난 2011년 공장을 증축하면서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 당시는 미국 바이어에 보낼 신제품 개발이 급한 상태였다. 사람으로 치면 혈액순환 장애에 관절염까지 겹친 셈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다.

“퍼뜩 떠오른게 어디서 들은 적 있는 `중소기업 건강관리시스템`이었습니다. 일단 찾아가 중기청 컨설턴트에 도움을 청했죠.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애로기술 해소와 해외 마케팅 강화라는 2개 처방전을 받았습니다.”

제일진공펌프는 처방에 따라 5000만원 규모의 R&D과제를 받아 당시 미국 바이어가 원하는 수준으로 내구성을 강화한 펌프를 완성할 수 있었다. 또 3000만원의 해외 마케팅 지원 금액으로 국제 전시회 참가를 늘려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중소기업청이 지난 해 처음 도입한 중소기업 건강관리시스템이 인기다. 중소기업 지원이 종합병원식 건강검진 체계처럼 이루어진다. 진단에서 처방전 발급, 치유까지 이어지는 맞춤형이다.

중소기업 건강 악화는 1단계(매출감소)부터 2단계(이익 감소), 3단계(적자), 4단계(유동성 위기), 5단계(자본 잠식)로 나눠 볼수 있다. 이 시스템은 1~2단계에 전문 컨설턴트를 투입, 검진과 처방, 과제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의 위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한다.

중기건강관리시스템을 시범 실시한 지난 한 해 동안 진단을 신청한 기업이 무려 6068개에 이른다. 이중 5715개사가 진단을 받았다. 제일진공펌프처럼 처방 후 완치된 기업은 1889개, 치료 진행 중인 기업은 1374개다.

처방 분야도 다양해 중기청 조사에 따르면 경영개선 20%, 자금 18%, 마케팅과 R&D, 컨설팅이 각각 11%, 보증 10%, 인력 7% 순으로 나타났다.

창업 2년차의 수원 I사는 이 사업에서 증자와 R&D확대, 해외규격확보라는 처방을 받고 이에 맞는 치료 사업을 수행했다. 그 결과 매출은 56억원에서 320억원으로 올랐다. 400%에 육박하던 부채 비율은 100%까지 줄어 들었다.

매출 감소로 위기에 처했던 광주의 N사는 국내외 마케팅 강화라는 처방전을 통해 30억원 수준의 매출을 지난해 말 두 배 가까이 끌어 올렸다.

부산 D사의 경우 주력생산품 전환 처방전을 실천해 기존 선박부품 위주에서 현재 육상플랜트 부품 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중소기업청은 올 해 건강관리시스템을 정규 사업으로 확대 추진한다.

지원 대상은 기존 2년 이상 기업에서 창업 초기 기업까지, 기존 일시적 경영 애로 기업에서 구조적 경영애로 기업까지 넓혔다. 올해 기업 진단 목표는 7500개다.

처방에 따른 지원 사업 규모는 지난 해 34개 사업 1조2000억원에서 올해는 47개 사업 1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R&D사업의 경우 435억원에서 2342억원으로 400%나 증가했다.

중기청은 사업 지원 규모 외에 제출 서류 간소화, 성과점검 및 DB구축, 위기 단계별 대응 매뉴얼 개발 등을 동시 추진해 이 사업의 내실도 극대화할 계획이다.

최철한 부산울산중소기업청장은 “중소기업의 기초 체질 개선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참여 기관과 연계 지원사업을 확대해 보다 많은 중소기업이 경영 위기 요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표-2012년 중소기업 건강관리시스템 시범운영 현황 (자료:중소기업청)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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