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케미칼, 매각 작업 중에도 묵묵한 기술 개발

역삼투 방식 필터로 세계 3대 수처리 필터 업체에 오른 웅진케미칼이 매각 작업의 진행 중에도 차세대 정삼투 필터 개발에 도전했다. 샘플 제작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상태다. 웅진케미칼은 차세대 공법으로 개발한 정삼투 필터를 연내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역삼투는 고농도에서 삼투압 이상의 압력을 가해 물의 이동을 역행시켜 순수한 물을 얻어내는 공정이다. 해수담수화 등에 쓰이면서 필터 수요가 급증,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새로 도전한 기술은 유도 용질을 이용해 물만을 고농도 용액 쪽으로 투과시킨 후 유도 용질을 분리하는 차세대 방식이다. 역삼투보다 적은 에너지와 비용이 투입되는 장점이 있다.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국내 최초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기술 우위에 서게 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웅진케미칼은 최근 매각 작업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잇달아 기술 개발 성과를 내놓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내 처음 폴리우레탄폼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접착 섬유 `이플렉스`를 개발했다. 앞서 올 초에는 메타계 아라미드 섬유 제품인 `아라윈` 양산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성과들이 속출하고 있다.

웅진케미칼 관계자는 “이름이 3차례나 바뀐 비운의 사사를 겪은 탓에 되레 직원들은 묵묵히 사업에 열중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웅진케미칼은 최근 우리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이 나타나면 6개월 내에 주인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여느 회사 같으면 일손을 놓는 것은 물론 심각한 이탈 현상도 빚어질 만하다.

하지만 웅진케미칼의 직원들은 오히려 담담한 모습이다. 아무리 주인이 바뀌어도 결국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얻었다고 한다. “한두번 일인가요”라며 우스갯소리를 던질 정도다.

갖은 풍파 속에서도 웅진케미칼을 지탱했던 힘은 기술개발이었다. 지난 1972년 제일합섬으로 출발한 웅진케미칼은 1995년 삼성에서 분리돼 새한그룹에 적을 뒀다. 1997년 새한으로 이름을 바꾼 후 섬유산업 침체를 겪으며 2000년 워크아웃 대상이 됐다. 1994년 국내 최초 역삼투분리막을 개발한 것이 큰 힘이 됐다. 웅진그룹이 2008년 인수한 뒤 소재 기술력을 키웠으며 웅진케미칼로 다시 태어났다. 지금은 세계 3대 수처리 필터 업체 지위까지 올랐으며 2011년에는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독보적인 입지 때문에 웅진케미칼의 인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린다.

수처리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필터는 수처리 사업의 핵심 소재로 정수기나 해수담수용, 상하수도 처리에 쓰인다. 제일모직은 지난 2010년부터 필터 연구개발을 추진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신사업을 고민하는 LG전자도 수처리 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도 최근 멤브레인 정수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과거 한몸이었던 도레이나 단섬유 기업인 휴비스는 시너지를 위해 인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웅진케미칼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가 없다”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만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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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케미칼, 매각 작업 중에도 묵묵한 기술 개발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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