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통화 무료화 후폭풍…MVNO·유선·유통 연쇄 직격탄

이동통신사(MNO)가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통신 생태계가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다.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자와 유선 통신 시장이 매출 감소 직격탄을 맞는가 하면 보조금 경쟁으로 호황을 누린 휴대폰 유통가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사 내부 경영 구도에서도 그간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한 음성통화 부문 임원의 퇴조가 뚜렷해지는 반면에 변방으로 치부되던 콘텐츠·서비스 부문 임원이 주력부대로 부상할 전망이다.

MVNO 업계는 지난 주말 LG유플러스가 무제한 무료 음성통화 요금제를 발표하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경쟁력으로 내세운 저렴한 통화료가 MNO의 무료 요금제로 사실상 무장해제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MVNO 사업자는 올해 도매대가 산정에서 음성·데이터·문자 도매대가를 즉각 인하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MVNO 사업자 한 관계자는 “MVNO로 번호이동을 하려면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야 한다”면서 “무제한 통화 요금제 등장으로 장점인 요금 경쟁력을 내세우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장윤식 한국MVNO협회장은 “망내 무제한 요금제는 최소 3만5000원 이상이고, 망내외 무제한은 최소 6만9000원 이상이어서 월 통신요금이 3만원 이하인 소비자에게는 MVNO가 차별화할 여지는 있다”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낮아진 요금원가를 고려해 도매대가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선 통신과 휴대폰 유통업계도 직격탄이 우려된다.

무제한 무료 음성통화 요금제로 가뜩이나 가입자가 줄고 있는 유선 통신부문은 매출이 수직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사 대리점 한 업주는 “통신사가 가입자를 뺏기 위한 보조금 경쟁 대신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로 기존 가입자를 묶어두는 경쟁으로 전환하면서 휴대폰 교체 수요도 급감할 전망”이라며 “잦은 휴대폰 교체 수요로 매출을 보장받던 통신사 대리점과 판매점 가운데 상당수가 퇴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신사 경영구조는 사실상 정권교체가 되는 분위기다.

통신사 한 임원은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가 무제한 무료 음성통화 요금제를 도입할 때 음성통화 부문 임원들이 결사반대했다”며 “무료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이젠 콘텐츠와 서비스 부문 임원이 음성통화 중심이 아닌 데이터 트래픽을 높이기 위한 신규 사업을 공격적으로 도입하는 등 이전과 완전히 다른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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