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부 기관장 인사

새 정부 출범 후 임기가 남은 산하 기관장에도 거취 압박이 커졌지만 정작 임기가 끝난 기관장 인사는 지연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청와대로부터 사실상 산하 기관장 인사 절차를 동결하라는 방침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14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 부처 산하 기관장에 대한 인사가 뚜렷한 원칙 없이 지연되고 있다. 통상 임기 만료 1개월 전부터 준비되는 공모 절차가 이뤄지지 않는다. 언제 인사 절차를 시작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서부발전은 현 사장의 공식 임기가 지난 1일까지였지만 아직 차기 사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산업부 산하 기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도 원장 임기 만료가 3주 앞으로 다가왔으나 차기 원장 공모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한 달가량 걸리는 공모 절차를 감안하면 KIAT 원장도 본의 아닌 임기 연장이 불가피하다.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산업연구원장 인사 절차도 지연됐다. 지난달 18일 3배수 후보를 추려놓고도 한 달 가까이 최종 인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 사이 현 원장 임기만료 예정일인 3월 21일이 훌쩍 지나갔다.

인사 지연 원인은 청와대다. 부처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직 청와대의 공공기관장 인사 지침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 차원에서 기관장 인사 동결 조치가 나와 대부분 부처가 기관장 인사를 미루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근 산하기관에는 전 정부 `낙하산 인사` 단절과 현 정부 `코드 인사`가 맞물리면서 임기가 6개월~1년 이상 남은 기관장들도 거취를 불안해하는 상황이다. 뚜렷한 원칙 없이 임기 전 교체가 가능하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만 나오고 있다.

거듭되는 논란 속에 정작 정상적인 인사는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예정된 임기 만료일이 넘어갈수록 해당 기관의 불확실성은 커진다. A기관 관계자는 “새 기관장이 부임해야 올해 사업계획 조율을 마칠 수 있는데, 지금은 그저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 지각 출범으로 한차례 업무가 지연된데 이어 기관장 인사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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