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가 수출을 늘리는 방법 중 하나는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제품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려면 돈을 마구 찍어 푸는 양적완화를 단행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양적완화를 하지 않는 국가의 통화에 비해 자국 화폐가치가 저평가돼 수출 가격경쟁력을 갖게 된다.
미국과 유럽은 유로존 금융기기로 마이너스 성장 위기에 몰리자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경기 회복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도 자국 화폐가치를 급격하게 떨어뜨리며 화폐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에 물가목표 2% 상향조정과 공세적 양적완화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화폐전쟁에 합류했다. 엔화 양적완화에 힘입어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지난해 12월에는 84엔대였다. 그러나 현재 엔·달러 환율은 100엔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덕분에 일본 기업은 엔저를 무기삼아 수출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수출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은 엔저로 실적 개선을 거두고 있고, 영업이익 개선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이 형성되고 있다.
반면 국내 수출 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엔화 가치가 달러 당 100엔에 이르면 한국의 총수출이 3.4%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달러당 110엔대까지 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어 국내 기업 수출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결국 일본이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의 희생을 발판삼아 경제회복을 꾀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단기적으로는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국가 신용도를 떨어뜨려 일본경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일본 등 선진국들이 당분간 양적완화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일본의 환율정책을 받아들이지 못해 결국 환율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때문에 우리 정부도 어떤 식으로든 환율변화에 완급조절을 해야 할 상황이다. 기업들도 환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더 근본적인 방법은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국가간 `화폐전쟁`에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
경제과학벤처부 권상희 차장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