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정면으로 바라보기 어려운 눈부신 빛이지만 달빛은 정면으로도 얼마든지 바라볼 수 있는 황홀한 빛이다. 그만큼 햇빛은 강렬해서 바라보기 어려운 눈부신 존재지만 달빛은 하염없이 바라보고픈 포근하고 아늑한 존재다. 햇빛은 직접보다 간접적으로 받기를 원하지만 달빛은 보다 잘 볼 수 있는 위치를 찾아다니면서 감상하려고 한다. 강열한 햇빛은 선크림을 찾거나 커튼을 치게 만들지만, 은은히 다가오는 달빛은 닫힌 내 마음도 열게 만든다. 마음을 열게 만드는 것은 결국 강렬한 햇빛보다 은은하게 다가오거나 스며드는 달빛이다. 햇빛은 나를 투영해서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직설적이지만, 달빛은 나를 투영해서 비추어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은유적이다.
햇빛은 자기 과시의 빛으로 나를 한 없이 작게 만들지만, 달빛은 자기 숨김의 빛으로 나를 한 없이 빛나게 만든다. 햇빛은 언제나 자신이 중심이 되는 전경으로 다가오지만, 달빛은 어둔 밤하늘을 빛나게 해주지만 빛나는 자신은 어둔 밤하늘이 배경으로 자신을 도와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햇빛은 배경 없이도 전경으로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달빛은 배경 없이 전경도 없다고 생각한다. 햇빛이 하얀 안개꽃의 배경 없이도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빛난다고 생각하는 장미꽃이라면, 달빛은 하얀 안개꽃의 배경 없이는 자신도 빛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장미꽃이다.
햇빛은 스스로 자신을 태우며 열정을 발산하는 불꽃같은 존재지만, 달빛은 비록 스스로 빛은 내지 못하지만 받은 빛으로 어둔 밤을 밝히는 나눔의 미덕을 발휘한다. 햇빛은 낮에 살고 달빛은 밤에 산다. 햇빛은 `현재`의 `열정`을 쏟아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게 만드는 에너지이고, 달빛은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 한낮의 뜨거운 열정을 잠시 식혀 다시 떠오르는 태양을 위해 오늘을 반성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사색의 에너지다. 햇빛은 열정적으로 일을 하게 만고, 달빛은 은은하게 취하게 한다. 그래서 강렬한 햇빛은 맨 정신에, 아슴푸레한 달빛은 술기운에 주로 본다. 그래서 빛의 세기로 따지면 햇빛이 달빛을 이긴다. 하지만 가슴으로 와 닿는 빛의 강도는 햇빛보다 달빛이 강렬하지 않지만 은은하면서도 은근하게 오래 가는 빛은 달빛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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