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공공연구기관 특허 10개 중 7개가 방치되고 있다. 학계와 연구계에서는 특허 활용을 막는 현행 제도를 문제로 지적했다. 산·학·연 공동연구로 우수 기술을 지식재산(IP)화 했을 때 기술 이전을 위한 자율성을 보장해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올해 초 특허활용 전문가 362명(기업 209명, 대학·공공연 117명, 특허이전서비스업 36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45%가 공동연구개발(R&D)로 얻은 공유특허가 가장 활용이 어렵다고 답했다. 대학·공공연 60.71%가 공유특허를 활용이 힘든 특허로 지목했다. 공유특허는 산·학·연이 함께 기술 R&D에 인력과 비용을 투자해 IP화한 특허를 말한다. R&D 투자자가 공동으로 특허권을 소유한다.
특허법 제33조에는 `2인 이상 공동으로 발명한 때에는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공유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최근 산·학·연에서 기술력과 비용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 연구를 통한 특허 출원을 선호한다. 심미랑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박사는 “위험 분산·예방 효과가 부각되면서 공유 특허출원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조사결과 공동R&D 가운데 76%가 산·학·연이 함께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학·공공연이 보유한 특허 가운데 다른 기관으로 이전되거나 실험실 창업, 연구원 창업 등에 활용되는 비율은 23.4%에 불과하다. 기업 활용률이 평균 87.6%에 달하는 것에 비해 미미하다. 대학·공공연 절반은 “공유특허 지분 이전과 실시권 설정에 다른 공유자 동의를 얻게 하는 현행 법규가 특허 활용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기업에서는 해당 제도를 문제삼는 경우가 14.3%에 불과했다.
특허법 99조에 따르면 공유특허는 다른 공유자 동의 없이도 발명을 사용(실시권)할 수 있다. 그러나 지분 양도나 실시권을 다른 사람에게 설정할 때는 공유자 동의가 있어야한다. 즉 대학·공공연에서 특허권을 활용하려면 함께 출원한 기업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특허권 독점을 막고 공유자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다. 심 박사는 “대학과 연구소는 직접 특허 실시 능력이 없어 특허권 이전과 실시권 설정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며 “기업과 공유한 특허는 기업 동의 없이는 활용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공동 R&D 성과를 학·연에서 활용하지 못하자 지난해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서는 `산·학·연 협력 연구 가인드라인`을 제시했다. 공동 소유 특허 처분·실시·수익배분에 대한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대학과 공공연 특허 수익 배분을 강조하지만 가이드라인인 만큼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한 연구소 관계자는 “계약을 할 때 반드시 가이드라인을 따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비용 투자를 많이하는 기업 목소리가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교섭력이 약한 대학·공공연 배려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과 독일에서는 다른 공유자 동의 없이 특허 지분을 양도할 수 있다. 미국은 제3자에게 실시권을 설정할 경우에도 동의가 필요없다. 프랑스에서는 특허 지분을 양도할 때 타 공유자가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우리나라와 특허법이 유사한 일본은 지분 이전이나 실시권 설정에 타 공유자 동의가 필요하다.
심 박사는 “공유 특허제도의 근본적 문제점은 법 제도 개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른 공유자 동의 조건을 지금처럼 유지하려면 분쟁 발생을 줄이기 위해 이익 분배 의무를 명문화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동의 요건을 폐지하려면 기업 공동 R&D 참여가 줄어 들 수 있어 타 공유자의 우선매수청구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 연구개발 중 활용이 어려운 유형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