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CEO 특강 `창업의 정석`
삼성그룹 전체 이익의 3분의 2를 내는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전체 이익 3분의 2는 휴대폰 사업이 차지한다.
결국 삼성그룹 사업의 절반은 휴대폰 몫이란 이야기다. 휴대폰 사업의 핵심은 스마트폰이지만 그 역사는 3~4년에 불과하다. 환경 변화에 맞는 기회를 포착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삼성전자는 단언컨대 없었을 것이다.

“성공적 사업은 `사업 초기에 모든 사람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가운데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임형규 삼성전자 고문은 지난해 9월 KAIST 강당을 채운 예비 창업가들 앞에서 `가장 커다란 벤처`가 된 삼성의 이야기를 아낌없이 풀어놨다.
임 고문은 삼성전자를 `벤처 집합소`라 했다. 작은 사업이 성공도 하고 실패도 했지만 성공한 사업이 돈을 벌어주면서 큰 사업부가 되고 이를 이끈 이들이 지금 각 사업부의 사장이 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1983년 당시 5000억원(지금으로 치면 5조원가량)을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반도체 사업에 쏟았고 훗날에야 빛을 발했다. 20여년간 이 과정을 직접 겪은 임 고문은 강의실의 청년들이 창업가의 눈과 마음으로 미래를 볼 수 있길 바랐다.
임 고문이 강단에 선 이유는 단 하나다. 청년 창업가의 멘토가 되어달라는 이민화 KAIST 교수의 부탁 때문이다. 이 교수는 국내 벤처의 효시로 꼽히는 `메디슨`을 창업했던 바 있다. 학생에게 기업가 정신을 전하는 강의 릴레이를 꾸렸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사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 안건준 크루셜텍 회장, 차기철 바이오스페이스 대표, 박희은 이음소시어스 대표,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등 굴곡 끝에 성공한 7명의 CEO 특강이 글로 옮겨진 `창업의 정석`은 조금 투박한 이들의 살아있는 언어로 채워졌다. 정제된 세련됨보다 실패에 대한 고뇌와 극복을 이야기하는 진정성이 먼저 묻어난다.
이 자리에 선 변 사장은 창업 21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비결로 성장의 계단을 디디는 방법을 귀띔한다. 혁신 엔진을 끄지 않고 기업가 정신을 지켰고, 어려운 시기에 새 시장을 개척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성장통을 이겨냈다.
흔치 않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을 구사한 크루셜텍의 안 회장 창업기는 어느새 잃어버린 젊은 세대의 개척 정신을 되새기게 한다. 차 사장의 바이오스페이스 창업 일지는 문제를 보는 힘으로 미래를 꿰뚫은 엔지니어 출신 기업가의 생생한 스토리를 들려준다.
박 대표는 잘나가는 게임업체에 6개월 만에 사표를 내고 사무실도 없이 시작한 여성 벤처 기업가의 단면을 내보인다. 신 대표가 미국 소셜 커머스 기업 소셜리빙과 성공적 인수합병 거래를 성사시킨 사례는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직접 강연자를 만나기 어려운 독자에게는 강의마다 페이스북으로 이뤄진 실시간 문답 토론 내용이 곁들여진 점도 고맙다. `어떻게 창업을 하는지` 방법론이 아니라 진짜 사장들이 말한 `어떻게 하면 창업으로 성공할 수 있는 지`를 듣고 싶어하는 젊은 창업가의 서재라면 한 권쯤 꼭 필요할 수 있겠다.
김영지·배규진·정선민 엮음. 이민화 감수. 북콘서트 펴냄. 1만3000원.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