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 한국에서 중국 대응
글로벌 장비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진 기지를 한국에 마련했다. 국내에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이고 핵심 기술도 지원하는 형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알박·AKT 등 세계 선두 장비 기업들이 최근 국내에 생산·기술·영업 지원 거점을 두고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 장비 기업이 아시아 시장 대응 체제를 바꾸는 이유는 시장 변화 때문이다. 중국 LCD 패널 업체들은 현재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거나 앞두고 있다. 산화물반도체(옥사이드)·저온폴리실리콘(LTPS) 등 기판 기술부터 투자해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에 대한 투자로 늘려가겠다는 장기적인 계획까지 세웠다.
반면에 한국 시장은 신규 설비 투자가 거의 사라진데다 있어도 소규모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장비 기업들에게 중국이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시장 대응 능력이 한국보다 떨어진다. 한국의 인력과 생산 능력까지 총동원해 중국 대응 체제로 재편하는 이유다.
한국알박은 국내에 생산 공장은 물론이고 연구소까지 설립하며 사업 규모를 늘려왔다. 이렇게 키워온 국내 사업 기반은 현재 중국 시장을 지원하는데 활용한다. 중국에서 수주한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알박은 아시아 전체의 중심으로 한국을 육성하고 있다. 백충렬 한국알박 사장이 최근 일본 본사 임원으로 승진한 배경이다. 일본은 비용이 높고 시장이 줄어들고 있으며, 중국은 아직까지 미흡한 수준이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100% 자회사 AKT도 한국에서 중국 시장 지원까지 담당한다. 마케팅보다는 기술 지원이 중심이다. 중국 시장이 크긴 해도 현지에서 쌓은 노하우가 적다는 판단 때문이다. AKT 중국 지사도 있지만, 기술 지원은 한국 지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백충렬 사장은 “체제가 바뀌는 것은 시장이 변하기 때문”이라며 “비록 설비 투자는 줄었지만 한국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