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지난달 공언한 `3월 900㎒ 대역 멀티캐리어(MC) 상용화` 계획을 지키지 못했다. 900㎒ 대역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의 기술적 어려움과 함께 아직 정부의 결정이 나지 않은 `1.8㎓ 주파수 광대역화`에 내부적으로 사활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3월부터 두 주파수를 오가며 LTE를 사용하는 멀티캐리어 기술을 도입하고 하반기 중으로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 기술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각각 1.8㎓·2.1㎓ 대역에서 멀티캐리어를 상용화했지만, KT만 유독 상용화가 늦어져 왔다. 3월 상용화도 결국 이뤄지지 않으면서 다시 미뤄졌다.
업계는 KT의 지지부진한 멀티캐리어 상용화에 대해 △900㎒ 주파수 대역의 기술적 어려움 △1.8㎓ 주파수 광대역화 올인 전략 등을 이유로 보고 있다.
900㎒ 주파수 대역의 기술적인 어려움은 세계에서 상용화 유례가 없는 LTE 주파수인 만큼 실제 상용화를 위한 최적화 작업에 시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한 무선네트워크 전문가는 “900㎒ 대역은 아직 LTE 주파수로서 레퍼런스가 없다”며 “각종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단말기 연동 등을 최적화하는 작업에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 무게가 쏠리는 분석은 KT가 1.8㎓ 주파수 LTE 광대역화에 올인했다는 것이다. 관할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늑장 출범으로 이달 예정됐던 LTE 주파수 할당계획 확정이 미뤄지면서 자사에 유리한 할당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통신 3사간 논리 싸움이 최고조로 가열된 상태다.
KT는 현재 LTE 주력망으로 쓰고 있는 1.8㎓ 주파수 광대역화에 사활을 걸었다. 한 KT 내부 관계자는 “정책이 결정만 되면 바로 광대역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1.8㎓ 주파수 광대역화에 승부를 걸면서 900㎒ 대역 멀티캐리어 상용화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분석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멀티캐리어와 캐리어 어그리게이션 도입을 경쟁사보다 늦추더라도 1.8㎓ 광대역화만 성사되면 타사보다 더 유리한 차별화 포인트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주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8㎓ 광대역화가 성사되지 못하면 곧바로 900㎒ 대역에서 멀티캐리어 상용화에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삼성전자에 주문한 900㎒ 주파수용 LTE 기지국 장비를 전체 3000대 물량 중 1000여대만 납품받은 후 나머지 2000여대 물량의 생산 주문을 잠시 멈췄다가 최근 다시 남은 전량에 대한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KT 측은 이에 대해 “900㎒ 대역은 트래픽 상황을 봐가며 상용화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통신 3사 멀티캐리어 현황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