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전기·전자제품 유해물질 규제 또 강화…업계는 `미적미적`

유럽연합(EU)이 전기·전자제품 내 유해물질 사용 규제를 또다시 강화한다. 지난 2006년 유해물질 사용 제한 지침인 RoHS를 시행한 후 2011년 개정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국내 제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대응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에 따르면 EU는 RoHS 규제 대상 물질을 내년 7월 22일까지 종전 6개에서 대폭 늘릴 계획이다. RoHS는 납, 카드뮴, 6가크로뮴, 수은, 브로민계 난연제인 폴리브로민화 비페닐(PBBs)과 폴리브로민화 디페닐에테르(PBDEs) 등 6개 물질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규제 대상 물질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는 헥사브로모시클로도데칸(HBCDD),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벤질부틸프탈레이트(BBP), 디부틸프탈레이트(DBP) 등 4개 유해 물질은 EU가 이미 규제 의사를 밝힌 만큼 대상에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EU가 RoHS와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를 큰 틀에서 같이 운영하기로 한 점을 고려하면 총 138개 물질이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ACH는 EU 내에서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화학 물질의 제조량·수입량·위해성에 따라 등록·평가·허가·제한을 받도록 한 화학물질 관리 규정이다. 138개 물질을 `허가 후보 물질`로 규정해 제조·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환경청은 EU 집행위원회로부터 규제 대상 물질 선별 사업을 위임받았다. 올해 말까지 작업을 완료하면 EU 집행위가 검토를 거쳐 내년 7월까지 대상 물질을 확정하고 법령 개정을 거쳐 시행에 돌입하게 된다. 절차상 본격적인 시행은 개정 후 약 1년 뒤에 이뤄질 전망이다.

규제 대상 물질이 늘어나면 국내 완제품·부품 제조업체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유해 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평가·분석, 대체물질 확보, 공정 개선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시험 인증 비용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업체 대응은 아직 소극적이다. 대부분 “일단 지켜보자”는 상황이며, 전문 단체·기관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구체적인 규제 강화 내용을 아예 모르는 기업도 많다.

KEA 한 관계자는 “지금은 어느 정도 틀이 잡혔지만 지난 2006년 RoHS가 처음 시행됐을 때 적지 않은 업체들이 다급하게 관련 규정에 적응하는 데 큰 혼란을 겪었다”며 “과거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적극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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