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미래정보화 리더] 차의겸 현대오토에버 텔레매틱스팀 대리

“개인의 뛰어난 능력도 중요하지만 개발자에게는 정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없으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고객에 먼저 다가가 소통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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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현대오토에버 텔레매틱스시스템 팀에서 차량용 솔루션을 개발하는 차의겸 대리에게 개발자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요소를 묻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업무 관련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나 노하우 등을 예상했지만 의외였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고객사에 찾아가 요구사항을 취합하죠. 어떻게 만들어 드릴까요? 물으면 고객사는 그저 `잘~` 이러세요.(웃음) 이 때 지속적인 대화로 정확한 요구사항을 알아내지 못하면 처음부터 개발자 혼자만의 생각대로 잘못 개발하게 되고 결국 밤샘해 가며 수정하는 악순환을 거치게 됩니다.”

차의겸 대리는 처음으로 프로젝트 매니저(PM)로서 임했던 6개월짜리 상용 프로젝트 경험을 떠올렸다. 요구사항 수집하는데 시간을 일부러 많이 할애했다. 고객사에 수시로 찾아가 설계 컨셉트나 요건 사항을 최대한 많이 확보했다. 개발을 시작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렸지만 개발 자체에 걸린 기간은 5개월 가량 소요될 프로젝트가 3개월로 단축됐다. 개발 결과물 역시 전보다 더 깔끔했고 이는 고객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차 대리는 “중간 결과물부터 고객이 만족하기 시작하니 개발자들도 굳이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현대오토에버에서 차량용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개발한다. 차량정보를 수집해 공유하는 VRM 시스템을 비롯해 통신 프로토콜 설계 등 다양한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요즘은 하반기 현대오토에버에서 출시할 상용차(버스, 트럭 등) 전용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위해 시스템 적용 테스트로 한창 분주하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 7~8년간 차량용 텔레매틱스 시스템 개발에 집중해 왔다. 그동안 쌓인 개발 노하우 등에 힘입어 이번 상용차 시스템 개발도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다. 상용차 시스템은 국내 업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첫 번째 출시가 될 전망이다.

`모르면 물어보라.` 어느 분야에나 통용될 조언이지만 차 대리에게는 좌우명이나 다름없다. 상용차 텔레매틱스 프로젝트는 현대오토에버 인력만으로 20여 명이 참여하고 있지만 내부 코어 개발자나 협력사인 현대모비스 등 관련 인력을 모두 합하면 단일 프로젝트로는 대규모인 40~50명이 관여한다.

“차량용 시스템은 기능이 너무 많아도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 어느 선까지가 적정한 기술 수준인지 늘 고민하게 됩니다. 모든 개발업무가 내부에서만 해결되지 않습니다. 센터와 연동하는 부분부터 빅데이터 등 데이터 정제까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소프트웨어(SW)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현대오토에버는 물론 저의 비전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환경 때문에라도 그는 `경력이 쌓일수록 개발 능력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는 소신을 갖게 됐다.

그는 학부시절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7년 전 한 중소기업에서 개발자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컴퓨터공학, 전자공학 등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시작한 주변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길이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나이와 경력에 비해 개발에 능숙한 또래 개발자들을 보며 좌절하기도 했다.

차 대리는 “어느 순간 비IT 전공이라는 단점이 오히려 동기부여의 계기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며 “신입사원 시절부터 낮은 자세로 물어가며 일하는 습관이 몸에 배다보니 나중엔 오히려 주변보다 더 많이 성장해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IT에 몸담다 보니 인간공학 등 산업공학과 전공시절 배웠던 내용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며 중소기업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은 차의겸 대리는 약 3년 전 현대오토에버로 자리를 옮겼다.

“예전에는 IT 시스템을 깔기 위해 IT를 개발했지만 최근에는 IT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활용하고 진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요구받는 것 같습니다.”

자동차, 부품, 철강 등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로 융합돼 뻗어나가는 IT 시스템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오토에버 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체에 소속돼 개발업무를 수행하는 인력 중에는 철학과나 심리학과 출신의 개발자도 많고 이들 중에는 소위 `전문가(expert)` 그룹에 속하는 상위 고급인력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차량용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통해 중국, 호주, 유럽 등지로 진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차 대리는 최종적으로 `행복한 개발자`가 되는 게 꿈이다.

“IT는 사람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만든 건데 개발자가 행복해야 행복한 시스템을 만들지 않을까요. 회사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상충되지는 않습니다. 텔레매틱스라는 시스템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제 가족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고 그만큼 산업에 기여하는 비중도 커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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