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07>내가 나(裸)로 바로 설 때 나력(裸力)이 빛난다.

힘들게 S기업(서울과 서울 인근 기업)에 취업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조직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야 한다. 그래야 승진의 줄타기에 성공할 수 있다. 100명이 똑 같이 S기업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아니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격차가 벌어지고 급기야 100명 중에 한 명 꼴로 임원이 된다.

임원은 임시직원의 약자라서 언제든 조직의 퇴출명령이 떨어지면 홀연히 조직을 떠나야 한다. 임원이 되는 순간 이전보다 더 막중한 책임을 등에 업고 이전보다 더 강도 높게 일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조차 힘들어진다. 그렇게 버티다 1~2년 사이에 `임원`은 옷을 벗고 홀로 삶을 개척하는 자유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자유인이 되면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데 현실적 아픔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 갑자기 후회스러워지고 통한의 눈물이 나는 순간이다. 조직인간으로 자라왔지 나로서 나를 증명하는 참다운 인생을 살지 못했음을 뒤늦게 후회하기 시작한다.

유영만 상무나 전무도 조직에 있을 때나 유영만 상무나 전무다. 조직의 보호우산을 벗어나면 유영만 상무나 전무는 그저 이름 석 자 뿐인 유영만일 뿐이다. 이름 석 자로 버틸 수 있는 힘, 이름 석 자로 드러낼 수 있는 나의 경쟁력이 바로 `니체는 나체다: 벗을수록 강해지는 나력(裸力)의 힘`에서 말한 `나력(裸力, Naked Strengthe)`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존재의 외피, 다양한 방법으로 포장하고 위장하며 과장된 나는 껍데기 나다. 진정한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껍데기를 벗어던졌을 때 드러나는 `나(裸)`가 바로 `나`다. 내가 진정한 나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참나로 거듭나야 한다.

내 인생을 나로서 살지 않고 누군가를 위해서 또는 마지못해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사는 인생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인생이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신나기보다 지루하고 짜증이 난다면 뭔가 문제가 있어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매사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매순간을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생각하면서 살아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걱정하고 고민하면서 황금 같은 시간을 낭비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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