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어느 날 IBM 경영진은 하룻밤 사이에 핵심 전략을 바꿨다.
당시 IBM은 단순 계산 기능의 대형 컴퓨터만 갖고 있었지만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이 도래할 것으로 보고 다목적 기능을 가진 모델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3년 뒤 IBM은 세계를 지배하는 컴퓨터 제조회사가 됐다.
30년 후 1950년대 IBM을 강자로 만들어준 개념은 다시 부작용을 낳기 시작했다. IBM이 양대축으로 삼았던 대형 컴퓨터와 개인용 컴퓨터는 시장에서 경쟁 관계를 형성했다. 서로 시장을 잠식하고 양립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두 제품을 판매하던 IBM은 궁지에 몰렸다.
창립 100주년이 지난 IBM은 현재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업을 중심에 두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에 대한 가정과 판단은 그때마다 기업의 운명을 좌우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모든 위기의 근본 원인은 일을 잘못 수행했기 때문이 아니고 그릇된 일을 해서도 아니다”며 “대부분은 기업이 마땅히 옳은 일을 했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일 뿐”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기업이라도 경영이 갖고 있는 근본적 모순을 피할 수 없음을 지적한 말이다.
이 같은 모순은 기업이 어떤 결정을 내리려 바탕에 전제하는 근본적인 `가정`이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고객과 경쟁사 즉, 시장을 잘못 판단하는 것이다. 이때가 되면 그동안 가져왔던 이론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경영자의 `선택`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드러커는 `경영자가 무엇을 결정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경영 △정보 중심 조직 △경제 △사회 네 가지 틀 안에서 조언한다. 25개의 논문과 2개의 인터뷰에 담긴 드러커의 통찰력이 이 틀 안에서 시공을 초월해 되살아난다.
1부 `경영`에서 드러커는 경영자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기보다 `이미 일어난 것들`의 영향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영자는 종종 `앞으로 더 잘할 거야, 이 일을 하면 앞으로 잘될 거야`라고 되뇌지만 세계에서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분석하는 것이 먼저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드러커는 경영자가 주로 범하는 다섯 가지 실수를 지적했다. 높은 이익률과 높은 가격을 맹신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턱없이 제품 가격을 올리던 제록스가 캐논이 내놓은 단순한 기능의 제품 때문에 미국 복사기 시장을 단숨에 빼앗겨 버린 것은 대표적 사례다.
`정보 중심` 조직 운영도 중요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인 만큼 정보를 잘 운영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기업의 성패를 결정한다. 경영자는 `내가 어떠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지, 어디서 그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 등을 정확히 알고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조직과 시스템을 꾸려야 한다.
오판을 피하려면 `경제` 전반에 닥친 변화의 맥도 짚어야 한다. 드러커는 “이제 새로운 시장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쓰던 용어인 제품도 서비스도 아닌 것을 취급하는 시장”이라며 “시장에 대한 정의 자체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바뀐 사회에서 `지식`의 역할도 재조명했다. 이제 산업은 높은 수준의 지식을 필요로 하고 있고 정규적 교육과 이론적 지식이 더욱 중요해졌다. 손재주만으로 신경외과 의사가 될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청림출판 펴냄. 2만5000원.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