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겸청즉명(兼聽則明)

당나라 태종 때 위징(魏徵)이라는 유명한 정치가가 있었다.

그는 역사에 정통해 항상 당태종에게 여러 가지 계책을 건의했다. 그는 황제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조정의 정치를 옳고 그름을 황제에게 지적하여 간하는 간의대부(諫議大夫)에 이르렀다. 서기 628년, 즉위한지 얼마되지 않은 당태종이 위징에게 물었다.

“황제는 어떻게 하면 현명해지고 어떻게 하면 아둔해지느냐?”

위징은 이렇게 답한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다 들어보면 자연스럽게 정확한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쪽 말만 듣고 그것을 믿는다면 일을 잘못하게 될 것입니다.”(兼聽則明 偏信則暗)

26일이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지 한달이 된다. 그러나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급 중도낙마자가 속출하면서 대통령 인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2일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자진사퇴하면서 고위급 인사 가운데 중도 낙마자가 5명으로 늘었다. 그야말로 아침에 눈 뜨면 사퇴소식이 들릴 정도로 박 대통령의 인사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청와대의 불통에 있다. 부실한 인사 검증과 다른 의견을 듣지 않는 `나홀로 보안 인사`가 자초한 것이다.

황철주 중기청장 내정시에는 백지신탁 규정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아 임명 사흘만에 후보자가 사퇴하는 업무적 미숙함을 드러냈다. 또 일부 인사는 청와대 민정라인이 추문 첩보를 입수하고도 `문제없다`고 안이한 결론을 내리고 인사를 하는 바람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부실검증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대통령의 자리는 외롭고 고독한 자리다. 인사 문제를 포함한 모든 책임은 통치권자이자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져야 한다. 대통령이 편향·편파적 판단을 내린다면 국가에는 엄청난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눈과 귀가 막힐 것이 두렵다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겸허히 경청해야 한다. 골고루 많은 의견을 들으면 현명한 군주가 되고, 한쪽 얘기만 믿으면 아둔해진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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