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한동안 주춤했던 통신장비 부문을 전략적으로 육성, 다시 공격모드로 전환한다. 한국 시장에서 검증받은 롱텀에벌루션(LTE) 장비 수출 드라이브를 거는 한편 차세대 네트워크 솔루션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에 연구·개발(R&D)을 집중한다. 2000년대 중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장비 판매를 정점으로 침체됐던 삼성의 네트워크 비즈니스가 다시 부활할지 주목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는 올해 국내외 통신사업자를 상대로 기지국을 비롯한 LTE 솔루션 공급 확대에 주력하는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했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등 신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현재 3조원 안팎의 네트워크 부문 연간 매출을 2015년까지 11조원(100억달러)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는 지난해 미국, 중동, 유럽 등에서 LTE 장비를 공급하며 매출이 다소 늘어나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올해 유럽 통신사가 LTE 투자를 시작하는 등 세계적으로 LTE 구축 붐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을 확대를 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스마트폰 단말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오른 브랜드 파워를 네트워크 장비 솔루션과 연계해 단말과 장비를 동시에 공급하는 `제2의 CDMA 신화`를 재연하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의 세계 LTE 네트워크 장비 시장 점유율은 5~6위권 수준이다. 토라가(Tolaga)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2년 LTE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 알카텔-루슨트, ZTE의 뒤를 이어 4%를 차지했다. 이중 상위 3개 업체를 제외하면 점유율 편차는 2~3%에 불과하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한다면 단숨에 4위권까지는 추격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국내 LTE 구축에 따른 효과가 컸고 올해는 유럽, 남미, 동남아 등에서 LTE 확산이 예상된다”며 “특히 지리적, 문화적 이점이 큰 동남아 시장에 주목한다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등 신기술 투자도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동통신 시스템에 SDN 구조를 적용하는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술은 기존 `기지국-백홀(Back Hole)-백본(Back Bone)`으로 이어지는 무선 네트워크 구조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최근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에릭슨과 화웨이 등 선도 기업이 일부 공개한 기술에 자극을 받았다. 통신사 관계자는 “국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 연구개발(R&D)을 강화할 필요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네트워크 기술은 글로벌 업체 못지않다.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4세대(G) 이동통신 기지국 기술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자체 라우터 개발로 유선 분야에서도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가졌다.
네트워크 사업부는 수익성을 이유로 2000년대 중반 유선 사업을 사실상 포기하며 삼성전자 부서 중 가장 적은 매출을 기록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부서 연간 매출은 3조원 안팎이다. 이중 셋톱박스를 제외한 순수 네트워크 솔루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대로 추산된다.
통신장비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 기술 지원 등 삼성과 연관을 맺고 있는 국내 중소 장비 업체들도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