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리서치를 하면 어떤 솔루션이 나올까?
그동안 기업은 디자인을 의뢰하기 위해서 자사가 갖춘 기술, 소비자의 요구, 리서치를 통해 얻은 자료를 들고 찾아왔다. 그것을 한 곳에 녹여주는 역할만 하는 것이 디자이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디자인은 신기술과 신제품을 개발하도록 만들고, 사용자의 행동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시장까지 개척하고 있다. 디자이너는 사용자 중심의 체계적 리서치를 통해 아이디어 제안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제한됐던 과거보다 더 많은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북미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식기세척기 디자인 의뢰가 들어왔을 때 디자이너는 그림을 그리는 도구부터 손에 쥐지 않았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모아 식기세척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부터 만들었다. 설계자, 기술자, 생산자, 디자이너, 판매자, 사용자가 모여 식기세척기가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전략과 목적, 대상을 협의했다.
우리가 디자인하는 것은 식기세척기의 모양이 아니다. 손으로 설거지를 하는 것보다 편하고 빠르고 더 나은 작업을 수행하는 `서비스`다. 디자이너는 노트를 들고 직접 사용자의 집으로 찾아갔다. `가구방문(Home visiting)`으로 불리는 이 과정은 사용자 중심 리서치의 첫 번째 수행단계다. 디자이너는 사용자가 식기세척기를 어떤 과정으로 사용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했다.
이런 사전조사과정은 문화기술지(Ethnography)의 영역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 무심코 하는 행동은 부모의 습관을 물려받거나 주변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당시 북미 주부의 사용행태를 연구하기 위해 이노디자인코리아의 디자이너가 미국의 이노디자인팀과 합류했다.
총 열두 곳의 가정에서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는 사람의 특징, 구조, 식단, 부엌크기, 생활상까지 보고서에 담았다. 밥을 먹는 행동을 완료한 후부터, 그릇을 모아 잔반을 처리하고, 식기세척기의 문을 열고, 그릇을 넣고, 문을 닫고, 세척이 완료된 후 다시 그릇을 꺼내 정리하기까지의 고객 동선을 모두 상세하게 관찰했다. 특이사항이 있다면 왜 그렇게 하는 지 이유를 묻고, 사용상 불만 사항을 듣는 것까지 디자이너는 모든 리서치 과정에 관여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나 싶을 수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책상에서는 나올 수 없는 아이디어를 디자이너가 내놓게 된다. 자료를 바탕으로 디자인 방향, 콘셉트디자인, 콘셉트카테고리가 제시된다. 이것은 곧 디자인 전략 가이드로 발전하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다. 제품뿐만 아니라 그 서비스까지 디자인할 수 있는 차별점이 여기서 나온다.
직접 관찰한 내용이 바탕이 되면 고객 경험을 미리 디자인할 수 있고, 만일의 상황에 따른 대응방법도 모색할 수 있다. 또 서비스를 받는 동안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적절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준비가 가능해진다. 멀티미디어, 안내서, 샘플 등 각종 채널을 준비해 한정된 시간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이것이 서비스 디자이너가 직접 수행한 리서치의 장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콘셉트디자인은 개발사와의 협력으로 다듬어져 기존과 다른 창의적 경험으로 재탄생한다.
때로는 이 과정을 진행하면서 제품의 형태와 위치, 기능이 완전히 달라질 때도 있다. 제품을 뛰어넘어 회사 디자인 철학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목적은 변화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디자인의 목적은 서비스이며, 제품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형태를 부여해 전달하는 브랜드야말로 서비스디자인의 핵심 요소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노디자인은 제품, 시각, 공간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를 고루 갖추고 있다. 이노디자인의 리서치는 표면적 문제만이 아니라 근원적 문제를 찾아 총체적이면서 창의적인 서비스 솔루션(Creative Experience Solution)을 제공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디자인을 넘어 상품기획, 비즈니스모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용도의 상품까지 솔루션으로 제공할 수 있다.
디자인 개선은 눈에 보이는 부분만 고치는 것이 아니다. 의뢰 회사와 사용자 깊숙이 들어가 각각의 이상과 현실을 조정하고, 새로운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twitter@YoungSe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