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구글 글래스, 아이워치…사생활이 위험하다

며칠 전, 출근길 버스 안이다. 앞자리에 앉은 젊은 여성이 머리에 `구루푸`를 말고 앉아 있었다. 시간에 쫓겨 버스 안에서 머리를 다듬고 있었나 보다.

머리 속에는 `이거 인증 샷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 대박`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차마 바로 앞에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 사람의 프라이버시도 있지만 솔직히 들키지 않고 사진을 찍을 자신도 용기도 없었다.

머릿속에 `구글 글래스`가 떠올랐다. 구글 글래스는 요즘 구글이 준비하는 새로운 스마트 기기다. 안경처럼 쓰고 다니며 주변 환경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어 보내거나, 음성 인식으로 주변 환경 정보를 검색해 안경 위 작은 스크린에서 바로 확인한다. 여행지의 멋진 풍경을 집에 있는 가족에게 실시간 전송하거나, 남산에서 “남산 타워 높이는?”하고 물어 “236m”라는 답을 얻을 수도 있다.

기자가 구글 글래스를 끼고 있었다면 아마 눈치 못 채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구글 글래스로는 눈길 닿는 대로 얼마든지 촬영 가능하다.

얼마 전까지 휴대폰으로 대중교통이나 길거리에서 여성 사진을 몰래 찍는 파렴치한 사람들이 문제가 됐다. 프라이버시 인식이 높아지고, 휴대폰 촬영 소리를 의무화하는 등 대책이 나오면서 휴대폰 몰카는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어느 곳이나 나를 지켜보는 눈과 귀가 가득한 세상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떤 일이든 스마트폰 카메라와 SNS로 세계에 생중계되는 세상이다.

구글 글래스나 애플 아이워치처럼 사람과 더 밀착한 스마트 기기가 나온다면 그만큼 우리의 사생활도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스마트폰은 우리의 삶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앞으로 나올 스마트 안경이나 시계도 그럴 수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기술은 앞뒤 가리지 않고 `가능한 건 일단 하고 보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혁신과 발전이 가능했다. 문제는 기술에 대응하고 변화를 소화하는 우리의 자세다. 시계로, 안경으로 우리 몸에 파고드는 스마트 기기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