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명주바람이 불면서 봄이 성큼 다가왔다. 봄은 아웃도어가 만개하는 시기다. 캠핑의 최적기를 맞아 시린 겨울 묵묵히 `총알(자금)`을 준비한 캠퍼들의 새 장비 구입이나 업그레이드가 늘어나는 때다.

야외에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선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텐트나 침낭, 스토브, 코펠, 매트리스 등의 장비가 필요하다. 그 중 텐트는 제2의 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가장 중요하다. 텐트는 야외에 짓는 나만의 공간이며 편안한 휴식과 잠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텐트 가격이 많게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며 한 번 사고 나면 쉽게 교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텐트는 구입하기 전 반드시 천의 재질이나 기능, 수용 인원, 크기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텐트는 형태에 따라 돔형이나 캐빈형 등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크기에 따라 소형과 중형, 대형 등으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초보자를 가장 속 썩이는 것은 제품 카탈로그나 제품 포장지 한쪽에 적힌 이상한 영문자와 그림으로 된 표시다. 사실 이는 제품의 특징을 간단하게 요약한 기능 설명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표시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초보자도 자신이 원하는 기능의 제품을 구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위 사진에서 보는 것은 한 국내 업체의 텐트 설명서다. 돔형 텐트의 제품명과 모델명 아래 규격과 함께 중량, 재질 등이 적혀 있다. 규격은 설치 시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며 475㎝는 가로 275㎝는 세로(폭) 길이다. 170/158㎝는 텐트 설치 시 최고 부분의 높이가 170㎝며 가장 낮은 곳이 158㎝라는 뜻이다. 이너텐트의 240㎝와 245㎝는 가로, 세로의 길이를 말한다. 중량의 14.50㎏은 텐트의 천과 폴을 포함한 전체 무게다.
재질을 보면 텐트 내부에 설치하는 이너텐트와 텐트의 바닥, 플라이가 각기 다르다. 이너텐트는 75D 폴리 태피터(태피터)며 바닥은 150D 폴리 옥스퍼드, 본체를 덮는 플라이는 75D 폴리 태피터 소재로 만들었다. 여기서 폴리는 폴리에스테르를 말한다. 텐트는 주로 합성섬유인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만들며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인디언 텐트의 경우 캔버스천으로 만들기도 한다.
태피터(태피터)는 흔히 `다우다`라고 부르는데, 합성섬유 직조방식 중 가장 오래되고 일반화된 직조법이다. 태피터는 씨줄과 날줄을 위아래로 번갈아 교차해 만들며 세로줄이 좀 더 굵은 것이 특징이다. 이너텐트에 태피터 원단을 사용한 것은 통기성을 고려한 것이며 부드럽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옥스퍼드 원단을 바닥에 사용한 것은 태피터에 비해 옥스퍼드가 훨씬 거칠고 두껍기 때문이다. 텐트는 태피터와 옥스퍼드 외에 한 단계 위인 립스톱 원단을 사용하기도 한다. 립스톱은 `찢어짐을 멈추게 한다`라는 `립(Rip)+스톱(Stop)`의 합성어로 그만큼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립스탑은 일정 간격마다 다중으로 천을 겹쳐 매우 촘촘한 평직구조며 작은 바둑판을 연상케 한다. 태피터의 값이 가장 싸며 그 다음이 옥스퍼드며 립스탑 원단이 가장 비싸다.
이너텐트와 바닥의 75D의 D는 원사를 굵기를 나타내는 단어인 데니아(Denia)를 말하며 1데니아는 원사 1g에서 9km의 실을 뽑을 수 있다는 뜻으로 데니아의 숫자가 낮을수록 실이 가늘고 밀도가 높다는 말이다. 데니아와 함께 자주 사용하는 용어로는 T로 표시하는 텐서티(Tensity)가 있다. 텐서티는 천의 촘촘함을 표시하는 단위로 1평방인치 안에 들어간 실의 수를 말하며 210T라고 하면 1평방인치 안에 210개의 실이 들어갔다는 말이다. 텐시티의 숫자가 높다는 말은 그만큼 많은 실이 들어갔다는 말이며 그만큼 무겁다.
위 제품 설명서 중 W/R(Water Repellency)은 물에 저항하는 발수코팅을 했다는 말이며 F/R(Fire Repellency)은 불에 쉽게 타지 않는 방염처리를 했다는 말이다. 바닥천과 플라이에 들어있는 PU 표시는 방수기능을 높이기 위해 폴리우레탄 코팅을 했다는 말이다. 폴리우레탄코팅은 내마모성 소재인 폴리우레탄을 입혀 고온에도 변하지 않는 내열성과 쉽게 닳지 않는 내마모성이 강화된다.
바닥천의 2000㎜이나 플라이의 3000㎜은 천이 지닌 내수압을 표시한 것으로 원단에 압력을 가해 물이 통과한 정도를 표시한 것이다. 위의 3000㎜은 수심 3m에서도 수압을 견딜 수 있다는 말이다. 내수압이 높다는 말은 그만큼 방수기능이 뛰어나다는 말이지만 반대로 천이 조밀한 만큼 더 무겁다는 말이기도 하다.
◇팁: 텐트는 보관은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곳에서
젖은 텐트는 캠핑장에서 바로 건조시키는 것이 좋다. 텐트는 젖은 채 방치하면 천에 곰팡이가 슬어 기본적인 기능을 상실한다. 젖은 텐트를 철수하기 전에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플라이와 본체를 말리고, 뒤집어서 바닥의 물기를 말린 후 보관주머니에 넣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가끔 수세미에 비누칠해 텐트를 세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텐트가 가진 코팅 기능을 없애버릴 수 있다. 또 여름철 직사광선 아래 장시간 텐트를 펼쳐두는 것도 절대 금물이다. 텐트를 사형시키는 것과 같다.
이철규 sicsicman@bacc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