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방통위 사무국인가?"

업계·학계 개편안 비판 확산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정치권의 주고받기식 협상으로 비효율적인 합의제 기구 틀을 사실상 유지하자 학계와 업계 `정치적 야합`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일각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법·제개정 사전동의권 등을 들어 미래창조부가 방통위 사무국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혹평도 내놓았다.

18일 관련 방송통신 학계와 업계는 주파수와 뉴미디어 관련 정책을 미래부와 방통위로 나눈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정책 결정과정에 비효율성이 높은 제도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뉴미디어 관련 법령을 제·개정할 경우에 방통위 사전 동의를 받아야하고, 주파수를 방송과 통신으로 나눠 각각 방통위와 미래부가 관리하도록 한 결정 등을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았다.

IPTV의 직접사용채널 관련한 법 개정을 현 정권 내에서 할 수 없도록 명시한 것은 대표적인 정치적인 결정으로 비판했다.

IPTV 업계 관계자는 “직접사용채널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 방통위가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던 사안”이라며 “이번 여야 합의는 기술 발전에 따라 법 개정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이 바뀐 뒤에 생각해보자는 말과 뭐가 다르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전파와 주파수 소관부처를 분산한 것도 학계의 비판이 거셌다. 주파수 용도를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현재 사용 용도를 기준으로 주파수를 구분한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또 미래부와 방통위가 주파수 정책에서 부딪칠 경우 이를 조율하고 합의하는데 불필요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쏟아졌다.

박덕규 목원대 정보통신학과 교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타결 내용을 듣고 관련 분야에 있는 사람으로서 참담한 심정이 들었다”면서 “주파수는 용도를 두고 쓰는 것이 아닌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방송과 통신으로 구분해버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주파수 정책을 미래부와 방통위가 각각 논의하고, 총리실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에서 다시 결정해야 한다”면서 “같은 일을 하는데 시간이 2~3배 이상 걸릴 텐데, 빠르게 변하는 산업에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주파수 기술 발전 추세에 따라 소관부처를 명확히 하기 어려운 업무도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주파수 공유(CR) 기술이 발전하면서 방송 주파수에서 남아있는 대역을 통신대역으로 쓰려는 움직임이 많은데 이 기술을 방통위와 미래부 중 누가 맡아야 할지 애매하기 때문이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통령이나 인수위가 보여주려던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거버넌스 체제가 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산업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여야가 위원을 추천하는 방통위는 합의에 시간이 걸리고, 정치 쟁점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비효율이 있었다”면서 “이런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미래부로 기능을 이관했는데, 결국 협상과정에서 (방통위 동의를 받게 해서) 비효율적인 요소를 남겨두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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