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의의 경쟁은 최고를 낳는다

지난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시스템에어컨 국내 최고의 에너지 효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누구인지를 가리겠다며 소숫점 경쟁을 벌였다.

삼성전자가 12일 에너지 효율 5.74 시스템 에어컨 제품을 공개하자 LG전자는 5.92 제품으로 맞섰다. 이어 삼성전자는 이튿날 국내 최고 효율인 5.99 제품을 에너지관리공단에 등록하며 타이틀을 되찾아왔다. 국내 최대 규모 냉난방공조전시회가 열리는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는 하루 간격으로 시스템에어컨 분야 국내 최고 에너지 효율 주인공이 바뀌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숫자 변화는 당장에 체감하기 어렵지만, 업계는 내심 놀라워했다. 수 백억원의 연구개발 비용에 최고의 연구진이 투입해도 가정용 에어컨처럼 눈에 잘 드러나는 분야는 아니기 때문이다.

시스템 에어컨을 비롯한 공조 기술은 건물의 에너지 및 공기 흐름을 관장한다. 가정용 시장보다 규모가 크고, 성장가능성도 더 높다. 지구 환경변화와 대규모 복합건물의 증가로 공조 기술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가적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도 상업용 에어컨 기술과 건물에너관리시스템은 친환경 기술의 첨병이다.

전시회 현장에서 만난 시스템 에어컨 관계자는 “에너지관리공단이 에너지 효율 1등급 기준을 기존 3.5에서 올해 5 수준으로 대폭 높이면서 양사의 기술력이 해외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양사는 세계적으로도 앞선 상업용 에어컨 에너지 효율 기술을 확보했다.

긍정적 기술경쟁의 가장 큰 혜택은 소비자가 얻는다. 양사가 기능과 기술력으로 경쟁한 덕분에 소비자는 에너지 소비에 드는 건물 관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중앙공조 방식에서 시스템 에어컨으로 교체가 시작된 지 10여년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의 가능성은 아직 밝다. 북미와 유럽은 물론이고 중남미와 아프리카 시장까지 향후 해외 진출까지 고려하면 가능성은 더욱 크다. 우리나라의 발전된 정보통신(IT) 기술과 접목된 시도나 글로벌 규모 협력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시장 혁신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없다. 협력만큼 긴장과 경쟁도 필요하다. “친구는 가까이에 두고, 적은 더 가까이에 두어라”는 격언이 있다. 전시장에서 나란히 자리 잡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바라보며 또 다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의 탄생을 기대했다.

전자산업부·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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