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 옥스퍼드대학 국립병원에서는 중국산 `하이푸(HAIFU)` 의료장비가 수십명의 목숨을 구하는데 활용돼 화제가 됐다. 하이푸 장비는 초음파로 종양과 암을 치료하는데 사용된다. 당초 중국산 의료장비 도입을 꺼렸던 의료진들도 특화된 기능과 높은 안정성을 보인 하이푸 장비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네덜란드 정부는 최근 관용 전기버스 도입 입찰에서 중국 BYD 제품을 선택했다. 입찰에는 네덜란드뿐 아니라 영국 등 각 국의 유수 기업이 참여했지만 승리는 BYD에 돌아갔다. 가격과 제품 경쟁력이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네덜란드 정부의 결정이 알려지면서 유럽 전기차 업계 전체가 긴장감에 휩싸였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세계의 평가가 바뀌고 있다. 의류나 신발, 식품 등의 분야가 아니다. 전기자동차·의료장비·통신시스템 등 우리 기업들도 집중하고 있는 첨단 제품군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시장에서의 호평은 각 국 경쟁기업들에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설로 중국 새 정부의 출범을 세계에 발표한 17일 각 국 언론은 앞으로 펼쳐질 `메이드 인 차이나`의 공세에 다시금 주목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아닌 `세계의 시장`으로 떠올랐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기술력까지 갖춰 `세계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셀프-메이드 인 차이나`시대 도래
인민일보는 시진핑 정부 출범에 앞서 중국 제조산업의 달라진 현주소에 대한 5회 시리즈 기획기사를 실었다. 각 국에 진출한 자국기업들이 선전하면서 어떤 평가를 받는 지를 해외 취재까지 포함해 내보냈다.
초점은 `높아진 기술력`에 맞춰졌다. 사례로 등장한 하이푸(HIFU) 의료기기는 이탈리아를 포함한 9개 EU 회원국가 의료기관에 공급돼 사용되고 있었다. 우펑 옥스퍼드대학 국립병원 외과의사는 “10년 전 중국 장비를 도입할 때만해도 모두 반신반의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수백명의 환자가 이 장비로 치료받고 있고 의료진도 거리낌이 없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시장의 본고장격인 유럽 시장의 장벽을 허문 것이다.
선전에 본사를 둔 자동차 기업 BYD는 전기버스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 관용차 수주에 앞서 영국 택시업체와도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BYD는 과거 `짝퉁 자동차`업체였다. 유명 해외 자동차 브랜드의 카피캣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쌓았던 배터리 기술 경쟁력으로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이후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해 첨단 자동차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천 용핑 BYD 유럽 수석 매니저는 “유럽 시장은 세계화의 핵심 열쇠”라며 “이제는 기술력으로도 당당하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화웨이·레노버 등 중국 IT기업은 기술력은 물론이고 해외 마케팅 능력까지 갖춰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민일보는 더 이상 중국이 외국 기업의 하청공장으로 단순히 찍어내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를 벗어나 핵심 기술력을 갖추고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제품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셀프-메이드 인 차이나(Self-Made in China)`로 바뀌었다고 자평했다.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
중국의 무서운 질주를 바라보는 각 국의 시선은 편안하지 만은 않다. 다니엘 맥스트로스 미국 생산성혁신제조동맹(MAPI) 박사는 “중국은 이제 해외에서 들여온 기술로 단순 조립하는 데 머물지 않고 스스로 구축한 R&D 능력을 본격 가동할 것”이라며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과 각 국 정부는 이 같은 움직임을 면밀히 분석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산 제품에 중국산 핵심 부품이 탑재되는 추세가 늘고 있다”면서 “머지않아 아이폰 안에도 중국산 반도체가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력에서 자신감을 얻은 중국은 첨단기업의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큰 손으로 등장했다. 중국 에너지기업 래디언트는 미국 태양광기업 어센트솔라를 인수했다. 휘어지는 차세대 태양광패널을 만들기 위해 박막형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소재 기술을 가진 미국 기업을 사들인 것이다. 이제는 첨단 기업을 인수해도 활용할 능력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수 비아오 래디언트 회장은 “다음 단계는 중국 태양광 에너지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리고 글로벌 산업을 주도해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초 과학 투자와 첨단 기술 확보로 `세계의 연구소`로 변모하겠다고 천명한 시진핑 정부의 공격적 정책이 중국 제조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표] 중국의 제조산업 선진화 방안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