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해묵은 질문이다. 반면에 하루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물음표를 던지는 과제기도 하다.
`경영의 신`으로 평가받는 일본 마쓰시타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그가 세상을 등진 지 24년이 됐다. 그런데도 이 시점 다시 그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황의 여파가 각국 경제를 뒤덮고 있다.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는 전 세계로 확산됐다. 미국의 재정 감축 `시퀘스터` 영향도 가시화됐다. 일본 새 정부가 내세운 공격적인 엔저 정책에 각국 무역수지는 빨간불이 켜졌다. 기업이 원점에서 전략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경제환경이다.
마쓰시타 회장은 스물 세 살인 1917년 마쓰시타전기를 설립했다.
그러나 마쓰시타전기 창립기념일은 1932년 5월 5일이다. 그 배경은 아주 독특하다.
창업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제조업자의 사명`을 고민하던 그가 `이 세상의 가난을 몰아내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날을 기념일로 삼았다고 한다. 기업의 존재 이유를 공유하고 구성원의 지혜를 모아 실천하는 것이 기업활동이라는 그의 철학은 이때부터 정립되기 시작한다.
이 책은 마쓰시타 회장의 경영철학을 그의 육성으로 재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생존 당시 각종 강연에서 그가 펼쳐냈던 생생한 경영 경험과 지혜를 △일과 인생에 불가능은 없다(인생지혜) △사업에 불가능은 없다(사업성공) △경영에 불가능은 없다(경영전략) 세 권의 책으로 구성했다.
마쓰시타 회장이 기업가정신을 확산시키고 사회공헌을 위해 설립했던 PHP연구소(Peace and Happiness through Prosperity:번영으로 평화와 행복을)가 낡은 자료에서 그를 되살려낸 것이다.
이 책은 흔히 생각하는 경영서와는 다르다. 획기적 경영 비법이나 관리 경험을 나누는 것이 아니다. 화자인 `나(마쓰시타 회장)`가 멘토가 돼 멘티인 `독자`에게 차 한잔 마시면서 들려주는 인생경험과도 같다.
그의 육성을 풀어내는 방법도 이채롭다. `용기` `오늘` `최선` 등 인생을 관통하는 주제어가 매 장마다 주어진다. 주제어에 맞춰 `실수는 내게 찾아온 또 다른 기회다` 같은 마쓰시타 회장이 정리해낸 명구가 뒤따른다.
`경쟁자-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 직장인이라면 경쟁 기업의 장점을 찾아내 인정해주고, 또 경쟁기업이 자사의 약점을 지적해 줄 만큼 사랑받는 회사, 좋은 회사로 인식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1권 128쪽)
마쓰시타 회장은 이 책에서 `기업은 사랑받기 위해 존재한다`고 역설한다. 이는 사랑받고 싶은 인간 본연의 욕망과도 맞닿아 있다. 기업이 고객과 사회로부터 사랑받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사랑받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그 구성원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성과를 내고 그 성과가 다시 고객과 사회로 확산된다는 주장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뚜벅뚜벅 한 길을 걸어온 마쓰시타 회장의 살아 숨 쉬는 인생 경험과 경영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지음. 김정환 옮김. 청림출판 펴냄. 각 1만3000원.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