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사고, 우리 기술로 확인한다

우리나라 연구진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이 대기와 해양으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 발생 시 오염 물질의 확산 경로와 피해 정도를 예측할 컴퓨터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중국, 일본, 대만, 북한 등 동북아시아에 위치한 원자력 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기와 해양에 누출되는 방사성 물질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 인간과 환경에 영향을 미칠 피폭선량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원은 15억원의 예산을 투입, 대기 방사선 피폭해석 평가 시스템(LADAS)과 해양 방사선 평가 시스템(LORAS)을 개발했다. 두 시스템은 기상청과 미국 해양대기국(NOAA)에서 기상자료와 해류자료를 수집해 방사성 물질의 대기 및 해양 이동 경로와 확산 정도를 예측한 뒤, 이를 바탕으로 예상 피폭선량을 계산한다.

LORAS는 개발 중이던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시 바다에 유입된 방사성 물질이 우리나라 해양에 미치는 영향 평가에 시범 활용됐다. 당시 연구 결과는 국제연합(UN) 산하 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UNSCEAR)에 채택돼 오는 10월 열리는 UN 정기총회에서 공식 발표될 후쿠시마 사고 최종 보고서의 근거 자료로 이용된다.

지난해 11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주관으로 방사선이 환경에 미치는 실시된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한 발틱해 방사선 오염 확산 평가 작업에도 활용됐다. 미국, 일본과 유럽연합의 원자력 선진국들은 방사선 평가 모델을 독자 개발해 운영한다. 우리나라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방사선 방재대책 기술 지원 시스템 `아톰 케어(Atom CARE)`를 운영하나 국내 원전 사고에 한해서만 평가가 가능하다. 해외 원전 사고엔 미국 등 외국 제공 자료에 의존해왔다.

시스템은 또 백두산 화산 폭발과 같은 자연재해, 독성 가스 유출, 유조선 기름유출과 같은 사고 발생 시 화산재, 가스, 유류물질이 우리나라 대기와 해양에 미치는 영향 평가에도 이용할 수 있다. 김인규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환경안전연구부장은 “향후 인터넷을 통해 정부 및 관련 기관에 순차적으로 공개할 것”이라며 “방사성 물질이 지구적 대기와 해양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시스템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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