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수의 해양 플랜트사업을 수주하고 있지만 알짜배기는 놓치고 있다.”
플랜트 기자재 업계가 진단하는 국내 해양플랜트산업의 문제점이다. 국내 조선사들의 해양플랜트 건설 작업이 여전히 하부 구조물 건조 작업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상부 구조물은 경쟁력 미비와 발주사 공급업체 자격을 갖춘 장비 협력사가 없어 해외 장비를 들여와 설치·조립하는 정도에 만족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가운데 규모가 큰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의 건조비용은 일반적으로 1조원 안팎에서 많게는 2조원을 넘어선다. 이중 하부 설비 건조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30% 수준으로 나머지 70%는 상부 및 심해저부 기자재에 모두 쏠려있지만 국산화 미비로 국내 기업은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해양플랜트에는 기계장치를 비롯한 배관재·전기장치·계장·안전설비 등의 기자재가 필요하다. 이 분야에서 국산화 비율은 25% 안팎으로 조선기자재의 국산화율이 9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대양전기공업, 극동전선, 성관기공 등이 오일메이저 공급업체 등록을 통해 일부 해양플랜트 기자재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이 조선 전기전자 장치, 케이블, 선박 블록 등으로 고압 및 특수재질, 계장용 밸브, 전동기, 전기 패널 고부가가치 제품들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관련 기자재의 국산화가 어려운 이유는 해상설치와 긴 수명, 방폭기능 요구로 자재 관련 사양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급 및 조석규격은 물론이고 국제표준 등 다양한 조건을 적용하고 엔지니어링에 대한 기술적 요구사항도 많다. 특히 해상설치로 공급기간 관리가 어렵고 시설점검 및 문제점이 발생했을 당시 현장 엔지니어 동원에도 어려움이 있다.
기술력과 제품 공급을 위한 인증을 모두 갖추었어도 오일메이저 공급업체 등록이라는 또 다른 장벽에 가로 막힌다. 국내 기자재 업체들 중 글로벌 오일메이저 공급등록 업체가 적다보니 관련 절차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실정이다.
최근 한국선급이 플랜트 기자재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오일메이저 등록을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으로 90% 업체가 벤더등록 가이드 매뉴얼의 필요성을 지목했다. 공급업체 등록시 전문용어 해설도구, 공급업체 등록 영문문서 탬플릿 제공도 각 86%, 83%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해양플랜트 기자재 업계 관계자는 “관련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도 절차와 방향을 몰라 시도하기가 어렵다”며 “국내 조선 3사의 기자재 및 국산화 동향과 오일메이저 공급업체 등록 방법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